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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 님께서 작성하셨습니다.
☞ 이른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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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마다의 재킹을 달고 경주마들이 하나둘씩 주로에 모습을 드러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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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교관찰자들은 일람표에다가 훈련량과 패턴, 또는 그 내용에 대한 평을 열심히 기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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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경매가의 신예 망아지부터 황홀한 주폭을 자랑하는 1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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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승세의 스프린터,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있는 복병들까지.. 정신없이 체크에 몰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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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틈바구니 속에는 이른 바 <싸인펜값도 안나오는 녀석>들이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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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과 동시에 경마팬들로부터 외면 받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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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처럼 쉽게 가위표가 그어질 마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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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새벽, 묵묵히 훈련중이던 한 부진마 한마리를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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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예전 제 홈페이지에 있던 글이 생각나서 다시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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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마의 독백... (배경음악, 볼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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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돈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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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산전적 68전.. 2착만 세번.. 그나마 그 중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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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 전 단거리 경주 때 도주후 버티기 작전으로 겨우 따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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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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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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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변두리 경마장에서 바닥을 쓸다 사라진 부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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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행습성은 추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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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예상지의 경주 평가란에 "후미탐색"이라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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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좋아 후미탐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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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은 해찰하며 동료들의 꽁무니를 좇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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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시절, 나의 각질은 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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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 소리와 함께 단독선행으로.. 질풍노도처럼 튀어나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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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선주로에 접어들면 이내 쉽게 무너지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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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랑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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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나는 거세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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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질주가 싫다.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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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돌고 도는 말의 원형트랙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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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않은 길"을 꿈꾸는 자는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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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들은 그를 똥말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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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주행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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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馬)이기를 멈추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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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불용처리 되어 단돈 몇푼에 육용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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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나에게 꾸준히 돈을 거는 한 사내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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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3년 전부터 나를 추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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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나에게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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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나같은 똥말만이 그에게 999배당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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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마권을 산 후, 전광판을 바라보며 깊게 담배를 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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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린 세금이, 마권처럼 구겨진 청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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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간 애인이.... 빠르게 배당판을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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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사랑한 자들은 모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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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한군데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채로 표표히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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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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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결코 이곳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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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속의 온갖 말들의 후미에서 해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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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용처리 직전의 부진한 말들만을 사랑하는 게 그의 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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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고배당만을 노리다 생을 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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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는 새로이 시작되고, 욕망은 지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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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질주는 반복되고 누군가는 또다시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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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선 전방 어디쯤 후미그룹을 형성하다, 벼락처럼 치고 나오는 짜릿한 나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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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왕인 고객이시여, 아직은 칼을 거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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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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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전히 후미탐색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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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을 멈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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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대박을 안겨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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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요, 멋지게 인생을 역전시켜 드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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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하의 시 중에서...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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