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은 겨울과 봄이 만나 겨울이 차지했던 자리를 봄에게 양보하고 떠나는 계절이다. 겨울을 보낸 봄은 따뜻한 햇볕을 불러 산 위 잔설을 녹이고 땅에는 새싹을 돋아나게 하고 기지개를 펴는 겨울나무 가지마다 꽃망울을 틔운다. 남쪽 지방에 매화를 필두로 서서히 북상하는 꽃소식은 산수유와 개나리, 목련에 이어 벚꽃이 피면서 봄꽃이 절정에 이른다. 벚꽃은 남쪽 진해에서 과천 서울경마장까지 곳곳이 유명세를 자랑한다. 그중 경마팬들은 경마를 즐기면서 꽃을 즐길 수 있는 과천 서울경마장의 벚꽃 축제를 기다린다. 이미 일반 대중들에게도 알려진 벚꽃 축제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경마장 축제일은 꽃보다는 격이 높은 대상경주가 펼쳐지는 날이겠다. 해가 바뀌면 새로운 경마계획에 따라 한 해의 경마가 펼쳐진다. 특히 매년 펼쳐지는 대상, 특별경주는 경주 이름에서 경주 거리, 경주 성격, 경주 상금 등 다양하게 바뀌어 왔다. 그러면서 경주 숫자는 매년 증가해 왔다. 그만큼 한국경마가 많은 변화를 도모하면서 발전해왔다. 본란에 칼럼을 시작한 2007년에는 한해 26개 대상경주가 펼쳐졌다. 18년 동안 대상, 특별경주가 두 배로 늘어나 올해는 52개의 경주가 펼쳐진다. 매년 꾸준히 한두 개의 대상경주가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2024년 50개 경주에서 두 개의 늘어난 경주는 서울경마장에 제1회 KRA스프린트@서울과 부산경마장에 제1회 KRA스프린트@영남이 11월에 3세마 경주로 1200m에서 펼쳐진다.
대상경주가 늘어나면 경마창출자들에게는 수입이 늘어나고 팬들에게는 격이 높은 경주를 많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를테면 한국경마의 발전이기도 하지만 팬들에 대한 서비스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상품이 좋아질수록 사용자가 많아지고 상품 생산자도 그에 따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경제의 기본 질서다. 3월 들어 두 주간 경마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 매년 3월은 소비가 위축되는 달이기도 하지만 불안전한 현 정세가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탓도 크겠다. 빨리 헌재의 선고 판결이 나고 나라가 안정을 찾아 다시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지난 2월 18일 제22회 세계일보배를 시작으로 벌써 올해도 스포츠서울배, 경남신문배, 부산일보배 등 네 개의 대상경주가 펼쳐졌다.
이미 서울경마장에서 두 개, 부산경마장에서 두 개가 펼쳐졌다. 지난주 부산경마장에서 오픈경주로 펼쳐진 제18회 부산일보배가 스프린터 시리즈 첫 관문이었다면 이번 주 일요일 제8경주에 펼쳐지는 제23회 헤럴드경제배는 그와 달리 스테이어 시리즈 대상경주다. 둘 다 국외산마 모두 출전할 수 있으며 3세이상이면 모두 출전 가능한 경주다. 신문배이지만 두 개 경마장에서 오픈으로 펼쳐지는 만큼 상금도 많고 격도 리스트급 보다 격상된 G3경주다. 얼마 전부터 대상경주를 즐기려면 최소한도 이름보다는 경주의 성격이나 시행 체계에 대해서도 알고 즐기는 것이 우승마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오는 16일 일요일 서울경마장 제8경주에 스테이어 시리즈 첫 관문으로 제23회 헤럴드경제배 대상경주가 펼쳐진다. 3세 이상 국, 외산마의 2000m 장거리 서울, 부산 오픈 대상경주라 3월의 꽃축제보다 더 관심을 모으겠다. 게이트를 꽉 채운 16마리 중 서울경마장 11마리에 부산경마장에서 원정을 다섯 마리가 올라왔다. 장거리 경주에 관록을 보였던 노련한 경주마와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신예기와 전정기에 접어든 4, 5세마들이 함께 싸울 경주이다 보니 올해 펼쳐진 네 개의 대상경주보다 훨씬 재미있게 펼쳐지겠다.
5전 전승을 거두며 준마로 기대를 모은 서울경마장의 1원평스톰(미 수 3 5전/5/0 임다빈)이 유일한 세 살배기라 등짐이 51kg으로 가장 가볍게 출발하는데 게이트 추첨운까지 따라 1번 게이트에서 출발한다. 이에 비해 4세 마들에게는 57kg 정량을 주고, 5세 이상은 모두 58kg의 등짐을 지고 출발한다. 상대마들 보다 물경 6kg의 가벼운 등짐으로 가장 안쪽 게이트에서 출발하는 1원평스톰이 거리 경험까지 갖췄으니 노련한 적수들과의 싸움에서 여하히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입상의 관건이 되겠다. 51kg의 등짐에서 58kg까지 등짐의 격차는 7kg 차이가 나지만 모든 출전마가 이를 극복할만한 스피드와 힘을 갖춘 터라 우승의 제일 조건은 될 수는 없겠다.
기승 기수가 누구냐, 질주 습성에 따른 경주 전개에 유리함이라던가, 얼마나 강한 경주 곧 격이 높은 대상경주에 출전해 얼마나 잘 싸웠느냐, 최근 컨디션 상태 등등 우승의 조건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야만 장거리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겠다. 부산경마장에서 올라온 4미러클마린(국 수 4세 12전/6/4 다실바)는 선행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최근 6연전 입상을 거두며 4연승 도전에 나선 상승세이지만 강적들과의 첫 만남에서 마지막까지 경주를 주도할 수 있느냐가 우승의 관건이 되겠다. 이에 못지않은 12석세스백파(국 수 4세 12전/5/1 서승운)는 직전 같은 거리 일반 경주에서 4미러클마린과의 우승격돌에서 코차로 밀렸지만 아직 그 저력은 입상권 진입이 가능하겠다.
두 마리가 우승격돌에 나선다면 같은 부산 원정마 24그랑프리에 출전해 ‘글로벌히트’에게 막판 덜미를 잡혔던 이제는 7살이 된 명마 13투혼의반석(미 수 7세 26전/8/6 진겸)과 2스피드영(국 수 5세 20전/6/2 유현명)이 4파전에 가세할 적수로 부상해 초반부터 종반까지 부산경마장 원정마들이 기세등등한 경주를 펼치겠다. 기승 기수들이나 경주마의 최근 전력이나 우위에 있어 유리하게 경주를 마무리하겠다. 서울경마장 도전마로는 세 살배기 아직 그 저력을 다 발휘하지 않은 인코스의 이점을 안고 감량의 혜택을 충분히 받은 1원평스톰이 기습을 준비할 수 있겠다. 거구에서 막판 뿜어져 나오는 힘이 대단했음을 기억해 둘만 하겠다.
어느 말을 응원해도 재미있을 올해 들어 첫 장거리 대상경주이니 이번 일요일은 벚꽃이 없어도 서울경마장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