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대학에 있는 친구들 데리고 경마장왔다. 학교에서는 원로교수 대접 받는다. 대공원 산림욕장 산행하고 오는 길이다.

경마장은 첨인데 어떻게 하는거야?

1등 한 마리 맞히는 게 단승이고, 1,2 등 순서대로 맞히는 게 쌍승, 1,2 등 순서 상관없이 맞히는게 복승이야. 삼복승은 1,2,3 등 순서 상관없이 맞추는 거고, 순서대로 맞히는게 삼쌍승이야. 연승은 내가 찍은 말이 3등 안에 오면 되는거고. 맞혔을 때 얼마 주는지는 저기 배당판에서 확인하면 돼.

근데, 경마는 기대수익률이 얼마야?

73 퍼센트. 27 퍼센트 떼는데 11퍼센트는 마사회가 갖고, 16퍼센트는 세금이야.

아! 그래?

늦게 온 다른 친구가 물었다. 

경마는 첨이야.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말이 경주하는걸 보는거야. 이번 경주는 이상화라고, 정말 좋은 암말이 있었는데, 그 말의 첫 딸이 나오는 경주야. 어떤 능력 보여주는지가 관심이야. 또 3번 게이트에서 출발하는 ○○○○이 2연승 중인데, 3연승할 수 있을까가 촛점이야. 출발하고 제일 먼저 나와야 우승하는데 이번 경주도 가능할까 이게 문제야.

그냥 보기만 해? 

대부분 응원하는 말에 돈을 걸지. 맘에 드는 말 우승에 조금 걸어 봐.

경마는 몇 퍼센트 돌려주는거야?

73 퍼센트. 그 중에 16퍼센트가 세금이야.

뭐? 뭐 그렇게 세금이 많아?

실제 있었던 일이다. 경마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세금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경마에 매기는 세금에 관심 없다. 그래서 세금에 대해 처음 쓴다. 100원 베팅하고 한 경주 천 원도 안 쓴다. 맞히지도 못 하고, 맞혀도 얼마 안된다. 마사회도 관심 없다. 마사회가 아니라 경마꾼이 내는 세금이다. 경마장 바깥 사람들도 관심 없다. 경마꾼들이 내는 세금이다. 자신들과 상관없다. 

경마 세금에 관심있는 사람은 도박꾼뿐이다.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은 세금에 관심 없다. 베팅 하지 않고 봐도 경마는 재밌다. 그래서 두바이 월드컵은 입석 입장료 80디람, 우리 돈 3만 5천원인데도 바늘 꽂을 곳 없이 사람이 찬다. 두바이는 베팅이 금지된 곳이다.

경마하는 마주를 포함한 경마꾼들은 세금 과중하다는 불만을 끝없이 쏟는다. 실제 그렇다. 세금 범벅이다. 보통은 한 가지 활동에 많아야 두 개, 세 개 세금을 부과한다. 예를 들면 집 사면 취득세, 등록세 부과하는 식이다. 경마에는 한국의 32개 세금 항목 중 8개가 붙는다. 경마장 입장할 떄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세 물린다. 마권 사면 레저세 10퍼센트, 지방교육세 4퍼센트, 농어촌특별세 2퍼센트 뜯는다. 16퍼센트다. 100배 이상 맞히면 소득세 20퍼센트에 주민세 2퍼센트 물린다. 그래서 입장세는 제외하고 마권만 따져도 실제 환급률 70퍼센트 수준이다. 경마 한번 하는데 무려 8가지 세금에 대략 19퍼센트의 세금. 

가혹하게 세금 물린다. 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렇게 가혹하게 세금 물려도 아무 문제 없기 때문이다. 다른 세금은 올리거나 새로 부과하면 온동네가 시끄럽다. 소주만 해도 세금 올린다 하면 신문에서 떠들고, 방송에서 비난한다.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부가가치세 올리려면 정권 내놓아야 한다. 폭동 일어나는 나라도 있다. 경마에는 아무리 세금 올리고 신설해도 그럴 일 없다. 잘했다고 박수치는 사람이 더 많다.

둘쨰, 하지말라고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경마하지 말라고 매기는 세금이다. 이걸 징벌세(Sin Tax)라고 한다. 학자스럽게 말하면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회에 해악을 주거나, 사회적 비용을 발생하게 할 때, 왠만하면그 짓 하지 못하게 하려고 매기는 높은 세금이다. 정부의 세수 확보가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여기서 나오는 세금은 정부 운영에 쓰지 않고 특수 목적에만 사용한다. 세금 많이 떼가서 경마 못해 먹겠다고 경마꾼이 불만 쏟게 하는게 경마세금의 목적이다.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신호다. 그래서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수록 정부는 더 빡센 세금을 준비하고, 국회와 언론은 가혹한 세금부과에 박수 보낸다. 

​경마하는 당신, 세금을 줄이고 싶은가?

경주를 즐기기 위해 경마장 찾으면 된다. 경주가 재밌어서 경마장에 간다면 세금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경마에 부과하는 세금 낮추라고 말할 명분이 생긴다. 

많은 국민이 도박이 아니라 여가로 즐기는 스포츠에 이렇게 과중한 세금 매기는게 가당한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경마가 스포츠이어야 하는 이유다. 

베팅해서 돈 딸 목적으로, 도박하기 위해 경마장 간다면 경마 세금에 대해 불평하면 안된다. 국민 일반의 상식은 뻔하다. 

'도박에 중독된, 도박에 미친 사람들이다. 더 가혹한 세금 매겨서 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