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처럼 물러갈 것 같지 않던 폭염도 마침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손을 들었다. 4주 간 금, 토요일에 펼쳐졌던 야간 경마도 막을 내리고 이어 추석 연휴로 서울, 부산경마장의 휴장도 지나갔다. 새롭게 가을 경마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봄이면 지난해 각지에서 생산된 망아지들이 서울, 부산경마장으로 입사해 경주마로서의 자격을 갖춰 가을이면 향후 경주마로서의 가능성을 심판을 받으려고 경주에 출전한다. 여름 내 일반 경주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대상경주에 출전하게 된다.
10월부터 펼쳐질 대상경주는 10월 13일 펼쳐질 제20회 대통령배와 12월 1일 예정된 제42회 그랑프리 두 개를 비롯해 격은 낮지만 2세 마 대상경주가 가을을 통과, 겨울까지 이어진다. 10월 20일 서울경마장에서 제20회 농협중앙회장배는 1200m 단거리경주에 국 2세 암수 오픈으로 펼쳐지고, 11월 17일 제18회 과천시장배 역시 단거리 1200m 경주가 준비된다.
서울경마장에서 두 개의 2세 마 대상경주가 펼쳐지는 데 비해 부산경마장에서는 10월 20일 제6회 김해시장배(1200m)에 이어 11월 17일 제17회 경남도민일보배(1200m)와 11월 24일 제16회 브리더스컵(1400m) 경주가 펼쳐진다. 이 다섯 개의 2세 마 대상경주를 통해 탄생하는 준족들이 2025년 한국경마를 끌고 갈 예비 명마의 대열에 오른다.
될성부른 나무는 싹수부터 알아보듯 명마도 망아지 때부터 알아본다. 2세 마 일반경주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뽑힌 2세 마 대상경주 출전마 가운데 뛰어난 예비 준족들이 걸려진다. 경주마 혈통 지식이 해박한 전문가와 경주마의 육성, 훈련 경험이 풍부한 조교사들이 선택한 망아지들이 심판을 받는 계절 역시 가을부터 겨울까지 이어진다. 마주는 신뢰와 믿음을 앞세워 경주마의 구매에 돈을 내놓기 때문에 결과가 좋으면 믿음이 이어가지만 반대로 결과가 빈약하면 마방의 경주마들이 봄이면 다른 마방으로 이동한다. 세상의 이치대로 경마 세상도 돌아간다.
우수한 망아지를 선택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훌륭한 경주마를 만들어 냈을 때 조교사는 우승 상금과 자긍심을 챙기고, 그 덕에 마주는 대가로 부를 더해갈 수 있으며 명마를 소유하는 자부심과 인생의 풍요까지 얻는다. 개인 마주제를 시작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외곽에서 바라본 바로는 마주가 어떤 마방을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가장 중요하지만 선택된 마방과 얼마나 오랜 시간 믿음과 신뢰로 관계가 이어지는가 도 성공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발판이 되었다. 성공한 조교사는 마주에게 꾸준히 신뢰와 믿음을 보냈다면 마주 역시 우승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믿음을 바꾸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것에 대해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성실한 마방은 믿고 태우는 기수가 경주 중 작은 실수로 기대치 이하의 성적을 내도 경주 분석을 함께하며 다음 기회를 약속한다. 더욱 뛰어난 조교사는 경주마의 질주 습성에 맞지 않거나 경주마의 질주 악벽을 간파하지 못하는 기수였다면 다른 적격한 기수를 찾아내는 안목 역시 발휘돼야 했다. 부산경마장에 데뷔했던 첫해와 이듬해까지 두 자리 숫자의 복승률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던 신인 기수 정우주가 그 후 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길을 잃고 몇 년을 헤매다 작심하고 부산경마장을 과감하게 떠났다. 서울경마장으로 올라온 정우주 기수의 최근 성적은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이며 확실히 달라졌다. 이를 보더라도 조교사는 마주를, 마주는 조교사를, 조교사는 기수를, 기수는 조교사를, 서로 얼마나 잘 만나는가 에 따라 여느 세상보다 경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이라 하겠다.
지난해 2023년 그랑프리에서 ‘위너스맨’과 ‘글로벌히트’의 우승 격돌은 두고두고 경마팬들이 잊지 못할 멋진 승부였다. 3세 마 준족으로 지난해 이미 명성을 얻은 데는 김헤선 기수와 만남이었고, 변함없는 호흡을 이어왔기에 올해 국내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코리아컵에서 비록 3위에 그쳤지만 한국경마의 자존심을 최소한으로 살려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바로 올가을부터 펼쳐지는 2세 마 대상경주 다섯 개에서 또 다른 ‘글로벌히트’와 ‘위너스맨’이 발굴되기를 바란다.
이번 일요일 펼쳐질 제40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주는 언론사 배 대상경주로는 역사가 가장 깊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지 자체가 생소한 시절에 부정의 소굴이라 잘못 인식된 경마에 참여가 어려웠었다. 그럴만했던 것이 일 년이면 몇 번씩 부정 경마 사건이 사회면을 장식했었다. 일간스포츠 즉 한국일보사의 파격적인 결단으로 1985년 제1회 일간스포츠배가 1850m 거리에서 펼쳐졌는데 ‘광장‘이란 암말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를 통해 전설의 명마가 많이 나온 것은 그때만 해도 대상경주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는지. 여하튼 홍대유 기수를 명기수로 부상시킨 ’차돌‘이 제3회 우승마였다.
그 외에도 올드팬들이면 아직도 잊지 못할 ’늘푸른‘ ’두발로‘ ’쇼파라‘ ’아침누리’ ‘풀그림’ ‘청파’ ‘당대한’ 등이 이 대회 우승으로 발굴되어 오랫동안 한국의 명마로 활약하며 마방을 빛내고 명기수를 만들어 냈다. 일요일 7경주에 출전한 14마리의 준족들은 지난해 2세 마 시절 3세 마 시절 대단히 주목을 받았던 예비 준족들이다. 1800m 경주 거리에서 그야말로 볼만한 경주를 보여줄 것은 확연하다. 우승마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출전마들이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않은 기대주이기 때문이다. 올가을 가장 멋진 경주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