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경마부터 시작된 경마 온라인 발매 시범 운영이 올 6월 드디어 정상 운영으로 접어들어 팬들의 절찬을 받았다. 꼼꼼하게 준비했던 터라 시행 중 별다른 사고 없이 손쉬운 베팅과 선명한 경주 실황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다. 다만 바둑판식 배당 판이 별도의 창을 열더라도 표출될 수 없었던 것과 베팅 금액이 경주당 5만 원으로 묶여있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팬들의 손에 ‘더비온’앱 사용법도 익숙해졌고, 주말이면 무리하게 경마장을 찾지 않아도 경마를 즐길 수 있는 편리함을 맛보게 되었다. 더더구나 불법 경마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게 돼 그간의 불안감마저 해소할 수 있었다.
“온라인 마권을 한국마사회법에 따라 건전한 운영을 위하여 매년 발매 규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당해 연도 발매 규모가 초과 되거나 초과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사전 고지 후 온라인 마권발매를 중단 또는 축소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 매출액이 금년도 발매 규모(7,399억 원)의 80%를 초과하여 총량 준수를 위해 부득이하게 11월부터 온라인 마권발매가 축소 운영될 수 있음을 사전 안내해 드립니다.” 지난주부터 ‘더비온’ 앱을 열면 알림 창에 뜨는 마사회의 공지사항이다. 감독부처 농식품부가 온라인 경마법 통과에 급급해 온라인 마권발매 총량을 경마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게 정한 탓이다.
실제로 경마 온라인 발매가 11월 이후로 축소될 위기에 처한 현 상황은 그동안 온라인 경마를 즐겨온 경마 팬들에게는 때아닌 큰 파장을 안길 수 있다. 이제 겨우 경마 온라인 발매는 팬들에게 편리한 베팅 방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몇 년 동안 한국경마 수익성이 극도로 감소하면서 탈출구로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뜸 들여 만들어진 온라인 경마 발매에 이런 악성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탓을 과연 농식품부에만 돌려도 되는지, 마사회는 남의 얘기하듯 팬들에게 고지만 해도 되는지, 자못 궁금하다. 현장 발매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경마장을 찾는 팬들이 감소하자 관객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시도가 잠재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다.
온라인 마권발매의 축소는 다양한 측면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우선 시행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라 온라인 베팅의 편리함을 누리던 팬들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팬들의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마장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의도라해도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 발매를 축소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최선은 아니다. 경마 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온라인과 현장 발매 간의 상호 보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쪽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하여 팬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온라인 발매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현장 발매의 매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기획 시행해서 장기적으로 한국경마의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이미 마사회법으로 정해졌다면 축소의 우려를 시행 전에 팬들에게 고지했어야 했다. 서로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기는커녕 언제나 공지하면 따라야 하는 식의 일방통행 자체도 문제다. 그나마 모두 떠날 때 남아서 한국경마를 사랑해온 경마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불쑥 일방적으로 공지만을 남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경마장과 경마를 모두 떠나라고 부르짖는 모습인 듯 들리고 보인다. 경마 팬들이 내는 작은 목소리라도 흘리지 말고 반영하지 않는 일방적인 결정은 불만을 낳게 된다. 나가서 경마 산업의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팬들과 진정한 열린 소통을 위해서 소리, 소문도 없이 없애버린 마사회 홈페이지의 “소통 창”이 재개돼야 한다. 경마팬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 더욱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쉬지 않고 매출액은 줄어들고, 팬들이 떠나면서 경마장이 점점 비어가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경마팬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몇 가지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농식품부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의 소통으로 경마 온라인 발매를 축소 반대를 촉구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지켜봐 왔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 같지만 또 떠들어 본다. 떠드는 김에 시위나 집회를 통해 팬들의 의견을 표현하고 경마 온라인 발매를 축소 반대를 요청할 수 있다. 팬들이 이렇게 나서고, 한국마사회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경마 온라인 발매를 축소 반대의 소리를 높이고, 아울러 한국경마가 미치는 사회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를 강조해야 한다. 이럴 때 마사회장은 역량을 발휘해 몸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마사회가 내보는 기업 영상 광고를 보면서 좀 더 많이 사회 전반에 알려 줬으면, 한다. 장외지점 입장료 2000원 할인 운동보다는 이참에 아예 경마장 입장료 수준으로 내려서 2000원을 받는다면 입장객 축소를 근본적으로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시대가 바뀌면서 팬들의 성향이 달라지는 현실에 적응하려면 한국경마는 잘나가던 시절 고압적으로 펼쳤던 일방적인 시행 방침을 이제는 다 버려버리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마사회 고위직 간부들은 팬들의 불편한 점을 잘 살펴 도모하기 위해 정부와 싸워 이기는 길을 열어야 한다. 고액 연봉만 넙죽넙죽 받아 드시지 말고 몸값, 밥값 좀 들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