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12월 금, 토, 일(24일, 25일, 26일) 경마가 끝나면 설날 연휴로 휴장에 들어간다. 2월은 일 년 열 두 달 중 일수가 가장 적은 달인데 첫 주 1, 2일(토, 일) 경마가 쉰다. 요즘 펼쳐지는 경마가 워낙 편성이 까다롭다 보니 바닥 배당이 높아지면서 한두 구멍 집중베팅으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다. 당연히 금액은 줄이고 구멍 수는 늘여야 하는 분산베팅이 상책임을 알게 한다. 한국경마가 알게 모르게 그만큼 발전했다는 입증이다. 뚝섬 시절 한 경주 출전 마릿수가 여섯 마리였던 것이 최근 일반 경주 최대 출전 마릿수 12마리에서 올해는 14마리로 늘린다. 출전 마릿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출전마 간의 전력이 아주 대등해져 결국 우승마를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경마가 800년을 넘도록 인류의 놀이로 건재한 이유가 바로 쉽게 답을 차지 못한 데 있다. 이세돌이 AI 바둑에 패하고, 사회 전 분야에서 AI가 문제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경마에만은 근접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9년 한국경마의 화두는 돌콩이었다. 여기저기 한동안 돌콩 얘기뿐이었다. 몇 주째 돌콩 얘기만 이어졌다. 박찬호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코리안 특급이 됐던 것만큼 자랑스러운 돌콩의 두바이월드컵 최종전 출격 때문이었다. 2017년 ‘트리플나인’이 거둔 성과를 이미 달성하고 한 단계 더 올려놓은 최종전의 출격이 그때는 경마팬들을 환호케 했다.
UAE(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 메이단경마장은 세계 유수한 경마장에 비해 역사는 비록 짧다. 하지만 우승상금이 가장 많은 국제경마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세계경마인들이 가장 관심을 집중케 한 계기는 당연히 규모가 큰 대회보다는 우승상금 때문이겠다. 한국경마가 참여 한지는 한참 됐다. 여러 해 참여했으나 역시 2019년 떠들썩했던 ‘돌콩’의 최종전 출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올해는 지난달 9일 두바이월드컵 출전을 위해 부산경마장을 떠난 ‘글로벌히트(국 수 5세 17전 10/3/1 마주 김준현 조교사 방동석 기수 김혜선)’ 때문에 새로운 설렘이 생겼다. 2022년 6월 부산경마장에 입사한 신마 ‘글로벌히트’는 주행검사에서 우승을 거두며 준족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며 유현명 기수와 데뷔전에 우승을 거두었다. 기대를 모았던 두 번째 경주에서 유현명 기수는 11마리 중 9착을 하면서 6개월간 휴양에 들어간다. 휴양에서 돌아온 그해 12월 김혜선 기수에게 주행 심사가 맡겨 지면서 글로벌과 김혜선 기수는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는다.
2023년 세 살이 돼 ‘코리안더비’에 우승을 거둔 후 지난해 네 살로 ‘그랑프리’의 우승까지 줄곧 대상경주만을 고집했다. 2023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2) 우승, 2024년 3월 헤럴드경제배(G3) 우승, 2024년 4월 YTN배(G3)우승, 2024년 4월 YTN배(G3)우승, 2024년 8월 KRA컵 클래식(G2)우승, 2024년 10월 대통령배(G1)우승까지 승승장구를 이었다. 물론 국제 경주 ‘코리아컵에서 2023년 8착, 2024년 3착을 하는 아쉬움을 남긴 것은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한 한국경마의 진면목이었다. 이 모든 대상경주 우승을 김혜선 기수와 함께 했다. 2024년 연도 대표마가 된 한국경마의 최우수마 ‘글로벌히트’가 한국의 진정한 대표마로 두바이에 건강하게 도착했고, 이번에는 두바이의 외국 기수가 기승 했던 전례와는 달리 함께 달려온 김혜선 기수가 기승을 한다.
때문에 더 설렘이 크다. 과연 우리의 김혜선 기수가 외국의 뛰어난 기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히트’와 그들과의 격돌에서 대등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그래 주길 우리 모두 간절히 바란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세계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라 현지에 건강히 도착한 ‘글로벌히트’의 훈련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더 큰 기대가 쌓인다. 실제 첫 경주의 시간이 째깍째깍 다가온다. 세계 최강의 경주마들과의 한판 격돌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카운트가 시작됐다. 자랑스럽다. 현지 시각 2024년 1월 24일 제6경주 1900M 장거리 경주에 출전한다.
우리 시각 1월 25일 새벽 1시25분이다. 두바이월드컵 예선전 성격의 ‘두바이 레이싱 카니발’ 중 하나인 ‘알 막툼 챌린지(G1/1900m/더트/12두출전)’경주 총상금은 15억원이다. 우리 코리아컵 수준이지만 이 경주에서 우승을하면 두바이 월드컵 본선에 자동으로 출전할 기회를 얻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상금 1200만 달러(한화로 130억 원 코리아컵 상금의 열 세배에 달한다. 어마무시하다)가 걸린 경주다. 두바이 월드컵 본선 G1 경주에 한국대표마가 출격한 것은 2019년 ‘돌콩’이 처음이었다. 우승상금이 720만 불이고 5위 상금이 물경 24만 불이라면 한국경마에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이다. 상금보다도 내일 새벽 ‘글로벌히트’가 우승을 거머쥐고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면 한국경마의 또하나의 경사다. 하면 된다는 가능성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