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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 삼협에 내리는 비 / 김금용

 

                                                  장강 삼협에 내리는 비

                                                                                김금용

이태백이 즐겨 마셨다는 백운변(白雲邊) 고량주

50도 독한 수수향기에 뱃멀미를 가라앉히면

곰삭은 노동요가 굽은 어깨 너머로 흘러드네

뱃바닥 닿는 좁은 협곡을 넘는 동안

웃통 벗은 노동자들 어깨에 밧줄 메고

협곡 벼랑에서 내지르던 노랫소리

처자 먹일 하루치 식량의 대가로

어깨엔 굳은살 두껍게 붙지만

하루에도 몇 번 협곡을 오르내리며

절벽에 막힌 오늘을 끌어올리다 보면

그들의 내일도 어느덧 협곡을 지나

장강 하류 너른 삼각주에 다다를 터

목까지 기어오르는 숨을 놓게 될 터

 

무엇을 비교하며 무엇을 염려할 것인가

평생 삼협 골짜기에 사는 저 사내나

서울 한복판 지하철로 몸을 옮기며

선택 없이 사는 나나

비는 내리고 내려도 쌓이지 않는 것

우리네 삶도 쌓이지 않고

저같이 흘러만 가는 걸,

 

밤새도록 선문답이라도 시작할 듯

무한에서 중경에 이르도록

비는 내리고 또 내릴 모양이네


2018.01.13 10019:3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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