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이는 도대체 언제 조사하는 거야?"
모두들 나를 마사회 전문기자로 아는지, 아니면 검찰청 근무자로 아는지, 현명관 이야기만 나오면 내게 묻는다.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오는 일인데도 도통 생각을 않고 산다.
날마다 저녁 뉴스시간에 다스 실소유주, 국정원 특활비, 이명박 비리, 최순실 재판, 박근혜 재판 뉴스가 쏟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뉴스도 마찬가지다. 우병우, 김병준, 원세훈, 이건희, 이재용 이야기도 드문드문 나온다. 검찰 중앙지검은 이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현명관까지 신경쓰려면 순서가 한참 밀린다. 여기에 시급한 사건들도 있다. 하나금융은행이나 공기업, 민영화된 기업에서 그동안 적폐를 쌓은 CEO가 은근슬쩍 임기연장을 꾀하고 있다. 빨리 검찰이 수사해서 저지해야 한다. 현명관까지 검찰 수사의 손길이 미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느긋하게 기다렸는데 기쁜 소식이 들린다.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원이 '2017 한국마사회 종합감사결과'를 통해 마사회에 현명관과 관계자를 고발조치하라고 통보했단다. 투데이신문 1월 14일자에 나온 기사다. 2015년 4월부터 추진한 용산복합문화공간 구축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통보를 받는 마사회는 재심없이 수용할 방침이라고 하니 검찰에 고발한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당초 21억으로 추진하려던 연구보고서를 현명관이 뭉개버리고 비슷한 용역을 용산추진반장이 소개한 설립 6개월된 용역업체에 예산을 전용해서 수의계약으로 맡겼고, 추진반장이 연구용역에 참여해서 74억이 늘어난 95억 짜리 사업으로 만들어 부실하게 추진해서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감사에서는 총체적 부실로 결론지었다.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88억의 예산을 낭비했고 추가 철거비용까지 지출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앞서 작년 12월 7일에는 마사회 노조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강요혐의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현명관을 고소 고발했다. 안양지검에 고발했으니 검찰 중수부와는 별도로 수사가 시작될 것이다. 이미 현명관에게 통보가 갔을지도 모른다. 두 건의 고소고발을 따로 하기 보다는 비리 전체를 수사할 수도 있다. 이명박근혜 시절 검찰이 아니니, 가감없이 조목조목 불법 사실을 따질 것이다.
이제 내게 '현명관이는 언제 조사받는 거야?' 하는 질문도 없겠다.
하고픈 말은 따로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고발조치를 통보한 것은 '2017년 한국마사회 종합감사결과'다. 그럼 그 동안은 뭘 했을까? 농림부는 마사회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고 마사회는 하는 일마다 농림부에 가서 보고한다. 그 동안 현명관이 하는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그렇다면 직무유기이고 마사회를 방기한 것이 된다. 알고도 그대로 두었다면 공범이다. 필요하면 언제든 감사해서 잘못된 업무처리를 바로 잡았어야 했다. 현명관이 용산문화공간구축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는데 왜 하필 2017년 감사결과 일까?
농림부가 마사회를 관리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이런 일을 눈만 껌벅껌벅하며 쳐다보는 집단도 있었다. 경마산업의 중요한 어른으로, 경마관계자와 경마팬의 이익을 보호하고, 부당한 일, 잘못된 일에는 목소리를 내야할 마주협회는 몸만 사리며, 비겁한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현명관에게 협력하기까지 했다. 현명관의 부당한 인사조치로 마사회 직원이 험한 일을 당할 때도 현명관의 눈치를 보며 침묵했고, 현명관이 퇴임한 후 감사과정에서 관리사가 자살하고, 마사회 직원이 죽고, 또 조교사가 자살해도 '나는 죄 없다'는 표정으로 시침 뚝떼고 경마장을 배회한다.
다시 현명관 같은 마사회장이 온다 해도 똑 같은 일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한국경마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