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감동시킨 시비스킷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마주님들은 보셨을 겁니다.
시비스킷은 1920년 경제대공황으로 실의에 빠진 미국인에게 희망을 준 말이었고, 경주가 열릴 때는 시비스킷 익스프레스라는 전용열차가 편성될 정도로, 워어드미럴과 매치 레이스가 벌어진 날에는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조교사 톰 스미스가 부상 당해 총살하려는 말을 치료하는 모습을 본 마주 찰스 하워드가 묻습니다.
"다친 말 아니냐?"
이 때 스미스가 한 말은 전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조금 다쳤다고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다친 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마주 찰스하워드는 이 말을 평생 새기고 살아갑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비스킷 전담 기수 레드를 해고하자고 할 때도,
워어드미럴과의 매치레이스를 앞두고 중요한 경기에서 졌을 때도 마주 찰스 하워드는 외칩니다.
"여러분은 조금 상처 입었다고 짐싸서 집으로 도망갑니까?"
"아니면 일어서서 다시 싸웁니까?"
"함께 싸웁시다."

2015년 현명관은 '경마죽이기 혁신(안)'을 밀어붙였고, 서울마주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투쟁했습니다.
연로한 원로마주님이 링거를 맞으면서까지 처절하게 투쟁했지만 우리는 졌습니다.
많은 마주님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도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동료 마주의 처절한 투쟁 중에도 일부는 자신의 이익만 챙겼고, 일부는 마사회에 협력했고, 일부는 마주협회장 선거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분들은 현명관과 마사회의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 속에 3년을 보냈습니다.
뜻있는 마주님들은 '이제 한국경마는 끝났다'. '마주협회는 끝났다', '마주협회는 희망이 없다'며 포기했고, 마주협회가 무엇을 하든 무덤덤하게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경마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마주가 경마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도 잊은 채, 현명관과 마사회에 주눅 들고, '학습된 무기력'에 젖어서
"마사회가 한다는 걸 우리가 어떻게 막아?"
라며 지레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사회 하는 짓 보면 마주 때려치우고 싶고,
협회 돌아가는 것 보면 희망이 없다'고 푸념하면서도
'말 사랑 때문에, 말 귀신이 씌어서 구차하게 마주생활하고 있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저는 지난 3년간 상처 입은 마주님들에게 호소합니다.
시비스킷의 마주 찰스 하워드의 말을 기억해주십시요.
"조금 상처 입었다고 짐 싸서 집으로 가야 합니까?
아니면 다시 일어서서 싸웁니까?
다친 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선배, 동료, 후배 마주님!
비록 상처 입었지만,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현명관이 쌓아놓은 적폐인 '경마 죽이기, 경마 관계자 죽이기 계획'은 걷어내야 합니다.
마주와 경마팬이 중심이 되는 경마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현명관 시대에 이루어진 모든 것을 청산해야 합니다.
새로운 마주협회 집행부를 꾸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합시다.
"조금 상처 입었다고 포기하고 방관하지 말아주십시요.
다친 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