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가 왜 움직이지 않지?"
생물학 연구자가 어항을 지킨다. 요즘은 생물학과라 부르지 않는다. 바이오생명공학과.
물고기의 청각기능에 대한 실험이다. 정상적인 금붕어를 어항에 넣고
"움직여라"
지시했다. 물고기는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번엔 양측 비늘을 일부 제거했다.
"움직여라" 지시하니 또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지느러미를 제거했다.
"움직여라"
물고기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연구자는 확신을 가지고 기록한다.
"금붕어는 지느러미를 제거하면 인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음"

금붕어는 지느러미가 없으면 소리를 듣지 못한다.
잊었던 썰렁한 농담이다. 대학 선생들이 황당한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제시하는 비유다. 아직도 현명관표 경마혁신(안)을 믿는 사이비 신자의 논리를 들으면서 이 금붕어청각기능 연구가 생각났다. 현명관표 경마혁신(안)을 만든 논리 황당한 사람, 지금은 마사회를 떠난 특정인이 여전히 서울마주협회 주변에 유령처럼 머물면서, 이들의 몸에 빙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 더 하고 가자.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말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쉬가 만든 게임이론이다. 승마나 경마와 관련 있다. 최소최대(MINI-MAX)라는 내쉬 균형점이라는 걸 개발했는데, 사람들은 이를 안장점(鞍裝點, saddle point)이라 부른다. 20세기 최고의 수학이론 다섯가지를 뽑을 때 반드시 들어가는 이론이다. '공유지의 비극'도 비슷한 이야기다. 스위스의 한 지방에 마을 전체가 소유하는 풀밭이 있다. 공유지다. 동네사람들은 이 풀밭에서 양떼를 키운다. 양떼가 많으면 먹이가 부족해서 마리당 우유와 고기 생산량이 줄어든다. 배고픈 양이 뿌리까지 파먹어 풀밭이 망가진다.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해 마음에는 두집이 산다고 하고, 풀밭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양떼의 수는 100 마리라고 하자. 한집이 양 50마리를 방목하면 두 집 모두 100원씩 이익을 얻는다고 하자. 만약 한집은 50마리를 방목했지만, 다른 집이 100마리를 방목해서 풀밭에 150마리가 있다면 과밀해서 양의 건강은 부실해지고 50마리 방목한 집의 소득은 70원으로 줄어든다. 100마리 방목한 집은 양이 부실하지만 100마리를 방목해서 130의 소득을 얻는다고 하자. 만약 두 집 모두 100마리씩 방목하면 풀밭은 완전히 망가지고 양떼도 매우 부실해져서 두 집 모두 50의 소득을 얻는다 하자. 두 집이 사전에 서로 협의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죄수의 딜레마 사례 처럼 내쉬 균형점, 안장점은 두 집 모두 100마리씩 풀어놓는 결정이고, 두 집 모두 100원이 아니라 50원을 얻는다. 가장 좋은 방안 (집마다 50마리)이 있음에도 공유지에서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의사결정(집마다 100마리)을 한다는 것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 '공유지의 비극'이 한국 마주들의 적자상황을 잘 표현한다. 서울경마장에는 1420칸의 마방이 있다. 500여명의 마주들이 잘 협력해서 1420마리만 보유하라는 것이다. 전체 마주들이 협력하지 못해서 이 숫자를 넘으면 마주에게 곤란한 일이 생긴다. 우선 1420두를 넘어서는 말은 서울경마장에 둘 곳이 없다. 그럼 경주 끝나자마자 말차 태워서 외부 휴양목장에 보내야 한다. 관리사 한 사람이 세마리를 관리하는 서울경마장에 비해 외부 휴양목장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훈련도 없고 사료공급도 시원치 않지만 관리비는 경마장과 비슷하다. 그래서 마주들은 자기 말이 외부휴양목장에 나가는 걸 싫어한다. 더욱 큰 문제는 적자 가중이다. 마사회와 마주협회는 -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 상금협상은 마사회가 경주에 필요한 적정두수를 기준으로 협상한다. 실제로 마주들이 가진 말 숫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니들끼리 조정해서 적정두수만 사면 될 걸, 니들이 사고 싶어서 더 많은 말 사놓고, 우리더러 그 원가도 반영해 달라는게 말이야? 막걸리야?' 하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는 마주협회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서울 경마장 말이 1800마리라면 초과하는 400마리, 말 구입비 160억, 연관리비 72억, 도합 230억은 고스란히 전체 마주가 부담한다. 마주 한 사람당 대략 5천만원이다. 부담하지 않아도 될 돈을 '공유지의 비극'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과잉보유로 마주들의 적자가 가중되니, 적정두수로 가져가기 위해 마주협회가 뭔가를 해야하지 않느냐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이 눈치없는 사람, 집행부가 일할 생각 없다는 걸 모르는 신참 마주들이다. 집행부로서는 난감하다. 항의하는 마주를 무시하자니 무능하다 욕 먹을 것 같고, 적정두수 유지하는 노력하자니 말 사지 말라는 말이고, 여기에 생계가 달린 생산자 마주에게 밉보이게 생겼다. '곤란하면 뭉게는게 최선'이라는 철학으로 지난 3년을 버텼다.
그런데 더는 뭉개기 어렵게 되었다.
2018년 마주협회장 선거가 있었고, 회장으로 나선 후보 두 사람 모두 마주들의 심각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적정두수로 관리하고, 출주장려금을 10착까지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최소한 이것만은 실천해야 하는 절대 전제 되었다.
출주장려금은 경주마의 출주를 장려하기 위해서 5등 안에 들지 못해도 백만원에서 130만원까지 출주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게 없으면 마주들은 1,2,3착이 이미 정해진 경주에 자기 말을 출전시키지 않는다. 경주에 나가려면 훈련해야 한다. 가만히 놔두면 다칠 일 없을 경주마를 상금도 못 받을 경주에 나가기 위해 다칠 위험 무릅쓰며 훈련시키고 경주에 내보낼 마주는 없다. 없다기 보다는 출전시킬 동기가 줄어든다. 푹 휴식시키다 출전을 위해 훈련하는 상대 봐가며 될만한 경주에만 내보내는게 상책이다. 그럼 계획된 경주가 깨지고, 경마시행의 안정성은 사라진다. 그래서 내놓은 제도가 출주장려금이다. 이 출주 장려금을 현명관표 경마혁신(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10착까지 지급했다. 지금은 8착까지 지급한다. 유능한 집행부 뽑은 결과다.
현명관표 경마혁신(안)을 만든 마사회 임원은 여기에다 '경마의 경쟁성을 더하자'며 1등 상금 배분률 높이고, 2세마 상금 대폭 높이는(안)까지 제안했다. 말이 '제안'이지, 시키는대로 할 짓 안할 짓 다하는 마주협회에게 마사회의 제안이란, '통보'고 '명령'이다.

출주장려금- 영어로 '섭서디'
그런데 황당한 소리가 들린다. 일부에서 금붕어 청각실험 이론을 말하는 것이다. 8착까지 출주장려금을 지급하고, 1등 상금 분배율을 높이고, 한 경주 14마리 출전하던 걸 12마리로 줄이고, 2세 상금 올린 것이 적정 두수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해괴한 논리다. 이 제도를 시행한 후에 보유 두수가 줄었다는 게 이들의 논리적 근거다.
해석하면 적정두수로 관리하겠다는 공약, 10착까지 출주장려금 지급토록 하겠다는 공약 뭉개겠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현명관표 경마혁신(안)이 마주에게도 이익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우리를 설득하려 하는 것이다.
다시 환기하자. 금붕어의 지느러미를 자르면 움직이라고 소리쳐도 금붕어는 움직이지 않는다.
상식 가진 사람이라면 이 논리가 얼마나 황당한지 안다.
당신이 건강한 1등급 4세 수말을 1 두 가졌다고 치자.
불행하게도 지난 6경주에서 5등 내에 한번도 든 적 없고, 최근 세번은 9등만 했고 그래서 출주장려금 한푼도 못받았다 치자.
그럼 네 다리 멀쩡한 말을 퇴역시키겠는가?
퇴역시키겠다는 사람,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지난 여섯 경주 상금이 없어서 서너번 출전을 못했다 치자.
그럼 이말을 퇴역시킬까?
그럴 사람 없다는 거 우리 모두가 안다.
1등 에게 상금 모두 몰아주고, 2등부터 5등까지 상금 줄였다고 이 말을 퇴출시킬까?
그런 사람 없다.
왜 없는지는 경마하는 사람은 모두 알고, 모른다면 경마장 올 자격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간단히 따지기만 해도 이 논리가 얼마나 황당한지 안다.
출주 장려금과 출전 두수 제한, 상금 1등 몰아주기와 초과두수 축소와는 아무 관련 없다는 결론이 바로 나온다.
혹시 보유 두수가 줄었다면, 그건 주로가 엉망이라 다리 부러져 나간 말이 많았고, 적자가 심해서 마주가 말 살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이다.
이 해괴한 논리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나는 안다. 현명관표 경마혁신(안) 작성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마사회에서 나온 소리다. 마사회 입장에서는 애초 적정두수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말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초과보유 하는 말의 비용은 마주가 대고, 출주할 말은 넘쳐나고, 경주는 더 경쟁적이 된다. 마사회는 마주들이 초과 두수를 갖건 말건 상관없다. 적정두수로 관리할 인센티브가 하등 없는 사람들이다. 마주야 적자를 보든 말든, 기수야 죽든 말든, 관리사와 조교사가 다치든 말든 이들이 관심있는 건 오로지 경마의 경쟁성 강화다. 이런 욕심을 담은 게 '현명관표 경마혁신안'이다.
강석대 집행부에 있는 누군가가 혁신안 작성자에게 마주들의 '경주마 초과보유와 적자 가중'에 대해 상의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그의 답은 간단했다.
'그래서 착순 상금 8착까지로 하고, 경주당 출전 두수를 12두로 줄이고, 2착 이하 상금 줄여서 1등에게 몰아주면, 능력 없는 말 퇴역시킬테니 적정두수 유지에 최고의 수단이다."
적정두수를 유지해야할 아무런 이유도 책임도 없는 이 사람의 논리를 자신의 논리인 양 떠들고 다니는 것이다.
아직도 현명관의 논리와 망령을 그대로 주절대는 협회 직원과 사람들이 넘쳐나니 답답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3년간의 서울마주협회는 희망이없다고 진단한다. 그게 아니라고 우기고 싶다면 먼저 현 집행부가 생각하는 적정두수부터 밝혀야 한다. 적정두수로 관리하려면 적정두수가 몇두인지부터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마장 마방 수와 원활한 경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적정 두수는 다르다. 과잉투자를 예방하고 운영두수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경마제도개선을 해서 마주적자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멀지 않는 미래에
적정두수는 몇 두이고
그렇게 산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여기에 대답이 없다면 우리는 마주협회 집행부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물론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