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이건 뭐야? 3경주에 나오는 말 전적 한번 봐. 기복이 없어 기복이. 일등할 말이 없어. 전부 바닥만 훑는구만. 이런 경주에서도 1등하는 말이 나온다는 게 신기해."
"정말 그렇네? 똥말 경주구만."
"야! 그래도 똥말은 아니지. 요새는 아무도 그런 말 안해. 말 값 봐. 8천, 1억 3천, 9천, 1억, 1억 5천..... 대충 봐도 평균이 1억이야."
"정말?"
"쌍팔년도까지는 똥말이 있었지. 말만 있으면 되니까 마사회가 호주 가서 목장에서 버리는 말, 한 마리에 50만원씩, 흠이 있던, 말던 끌고 와서 경주했지. 헌 옷 킬로로 따져서 사는거지. 그렇게 한꺼번에 사와서 조교사한테 추첨으로 배정했지. 그것도 해마다 사오는 게 아니라 뛰엄뛰엄 사오니, 말 다쳐서 경주 못 뛰면 조교사, 관리사가 굶어. 병신 말이든, 아파서 누웠던 말이건 경주에 내보냈지. 그 중에  쓰레기통에서 현금 나오듯, 간간히 잘 뛰는 말도 있었어."
"......"
"92년에 개인 마주제하면서 당시에 뛰던 말을 마주한테 마리당 200만원에 나눠줬지. 원년 마주들, 수입이 꽤 짭짤 했지. 200만원짜리 말 사서 마주 노릇했으니 할 만했지. 마주들이 시작을 이백만원짜리 말로 했으니 바싼 말 사겠어? 무조건 싼 말만 찾다가, 수지가 안맞으니, 지금은 원년 마주가 거의 없어."
"말 값 2백만원? 야! 그럼 나도 마주하겠다."
"군사정권 시절, 힘 좀 있다는 사람들한테 특권 준거지. 지금도 자기가 원년마주라고 어깨 힘주는 사람들 있어. 개가 웃을 일이지. 야! 저기 개 지나간다. 야! 넌 왜 안 웃어!"
"순전히 경마하는 사람들 돈 가져다 그 사람들 준 거네?"
"어쨌던 지금은 말 값이 1억이야. 그 때는 예상하는 사람들, 걔들도 무식한 놈이야. 예상가하는데 무슨 자격이 있나? 경마하다가 거덜난 사람, 기수하다 그만 둔 사람, 조교사나 관리사 주변에 있던 사람, 이 사람들이 뭘 알겠어? 그 사람들이 툭하면 뜻도 모르고 똥말, 똥말 소리했지만 지금은 안해. 말값이 1억인데 똥말 소리했다가는 마주들이 가만 안 있지. 이 사람들이 예상하면 맞나? 못 맞추고 돈 잃은 경마팬이 욕을 하지? 똥말이라고? ㅆㅂ! 니들은 1억짜리 똥말이라도 있냐? 는 소리가 바로 나오지."
"못 뛴다고 똥말이라고 하면 안되겠네?"
"말 값 1억 넘어가면서, 똥말이라는 소리는 쑥 들어갔어."

"저 수염기르고 되바라진 기수 말이야! 저 녀석 예전에 경주 끝나고 하마대에서 말 걷어차다가 징계 먹은 놈 아냐?"
"맞네! 정신줄 놓은 놈이지. 기수 말고는 할 짓도 없는 놈이 뭐 잘 났다고 하는 짓이...."
"요새도 말 걷어차고 욕하는 놈 있나?"    
"큰 일나지. 옛날에 말 값 이백만원, 3천만원할 때는 자기 말이 어디 있는지,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마주가 수두룩 했데. 자기 말 이름 물어보면 몰라. 조교사가 제주도 가서 말 보고, 한 마리 사달라고 전화하면 얼마냐? 묻고는 그래 사라, 이러면 말 사는 거야. 마주님 말 이름 뭘로 할까요? 물으면, 당신이 적당히 지어! 그러고 말아. 그러니 이름도 모르지. 통장에 돈 빠져 나가면 나가나 보다, 말 다쳐서 치료한다고 하면 치료하나 보다, 마주님 이제 말 퇴역시켜야 되겠습니다 그러면, 알았다 이게 끝이야."
"그럼 자기 말 경주하는 건 알아?"
"모르지. 경주 있으면 조교사가 전화는 하지. 그래도 경마장에도 안 오고 경주도 안 봐. 몇 등했다고 문자 오면 그런가 보다 하지."
"마주들이 전부 그랬어?"
"열에 아홉은 그랬지. 어떤 마주는 돈만 밝혀. 돈 벌어보겠다고 눈이 빨게. 자기는 목장 한번 안 가보고, 말이 뭘 먹는지, 어떻게 훈련하는지, 퇴역하면 말이 어떻게 되는지 눈길 한번 안주고, 1등 못하면 조교사한테 쌍욕을 해대는 마주가 있지. 3천 만원짜리 말 살 때 이야기야."
"마주라면 그래도 사회적으로 돈도 벌고,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도 있지. 근데 열에 아홉은 엉망이지. 나쁜 짓 안 하고 돈 벌 수 있나? 나쁜 짓 안하고 높은 자리 갈 수 있나? 다 나쁜 놈이지."
"나도 마주끼리 지나가는 거 봤는데, 시끄럽고 욕 잘 하데-!"
"이 사람들이 말 값 1억 되니까 눈깔이 뒤집힌 거지. 1억 주고 샀는데, 이 놈이 주행심사도 통과 못하고 퇴출된다고 생각해봐. 1억이 그냥 날라가는 거야. 생전 경마장에 콧뵈기 안 보이던 사람들이 경마장에 왔다 갔다하는 거야. 돈이라면 우리 보다 몇 배 더 지독한 사람들 아냐? 그러니 돈 벌었지! 1억 말이 경마장에 들어오자마자 밥은 먹는지, 걸음은 어떤지, 아프지는 않는지 챙기기 시작하는거야. 그러다가 자기 말한데 욕하거나 때리는 기수 봤다! 당장 따귀 올라가지. 장기인 쌍욕이 바가지로 쏟아지지. 엣날에는 관리사들이 말 끌고 가다가 말이 까불면 걷어차고 욕도 했지. 1억짜리 자기 말이 얻어터지고 욕 먹는 걸 볼 사람 있겠어? 당장 관리사한테 ㄱ ㅅ ㄲ, ㅅ ㅅ ㄲ 소리가 튀어나오고, 조교사 불러서 고함치지. 고함치고 쌍욕하는게 이 사람들 장기잖아? 말 때리고 학대하는 짓은 완전히 없어졌어. 삼판들이 하지 말라고 할 필요도 없어."

"그럼 그G.R.하면 조교사도 힘들겠다?"
"힘들지. 옛날에는 제주도 갔다가 마음에 드는 말 있으면, 만만한 마주, 돈 좀 번 마주한테 전화해서 마주님, 괜찮은 말 한 마리 있는데 사면 어떻까요?, 이렇게 물으면, 말 괜찮아? 한 마디 묻고는 알았어 사라,  했는데, 말 값 1억이니까 알았어 하는 마주가 있나? 마주가 하는 말이 달라져. 니가 책임질 수 있니? 물어. 조교사가 어떻게 책임져? 못 지지. 사달라는 말을 못하는 거야. 마주님 직접 보고 결정하시죠. 이럴 수 밖에 없잖아. 돈이라면 악착같은 마주가 대충 넘어가겠어? 자기가 직접 보고 확신 안 서면 안 사는 거야. 마방에 말이 없어도 말 사서 넣기가 정말 어려워."
"마방이 비면 어떻게 되는데?"
"당장 출전할 말이 없어지지. 그럼 수입이 없는 거지. 수입은 고사하고 마방이 비면, 조교사는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잠이 안 온대. 한숨이 푹푹 나온단다."
"그럼, 있는 말 오래 쓰면 되잖아!"
"그렇지. 그 방법 밖에 없어. 이미 들어온 말 아끼고 아껴서 오래 사용하는 게 최선이지. 요즘은 그래서 경주마 수명이 꽤 늘었어. 옛날에는 평균으로 1년 반 뛰면 나갔는데, 요즘은 3년 4년 뛰어. 6살, 7살짜리가 수두룩하고 10살 경주마도 수 십마리야."
"그건 말한테 좋은 거네?"
"그렇지. 예전에는 말이 퇴역하면 승욤마로 가는 건 극히 일부고, 전부 도살장으로 끌려 갔다는 거 알지? 아니면 농가에서 불법으로 도살하거나. 경주마는 전부 3~4년 살고 죽은거야. 일단은 6살 열살까지 사는거야. 또 경마장에 말이 들어오기 어렵고, 오래 뛰니 퇴역마가 줄어드는 거야. 승마장에 갈 말이 귀해지는거야. 승마장에서 퇴역마 있다고 하면 득달같이 달려오고, 가져가서 순치해서 승마용으로 쓰는거야."
"경마하는 우리도 좋잖아. 아는 말이 나오니까."
"그렇지. 이름 좀 알 만하면 말이 없어졌잖아. 말이 오래 뛰니 경주마 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말 뛴다고 응원하러 오는 사람도 많지. 추억이 생기지. 예전에는 생각도 못 하던 일이야."

"조교사가 말 퇴역 시키는 것도 어렵겠다? 1억짜리 말 내보내면, 마주가 또 1억 주고 말 사야 되니까."
"조교사가 괴롭지. 옛날에는 세살, 네살 뛰고 하위권 헤매면 마주님, 이 말 능력 다 나왔습니다 그러면 마주 입에서 알았다 소리가 나왔는데 이제는 확 달라졌어. 1억짜리 청구서 보내는 것하고 똑 같잖아. 당장 욕부터 나오지. 야! 이ㅅㄲ야,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1억짜리 말, 겨우 1년 뛰었는데 능력 다 나왔다니, 그게 조교사가 할 말이야? 넌 뭐 하는 ㅅㄲ야! 저것도 조교사라고. 에이 ㅆㅂ! 욕이 이 사람들 장기잖아? 부상이 심해서 경주마로는 못 뛴다고 해도 고쳐보라는 거야. 말이 아프다고 하면 이제는 마주들이 득달같이 말 병원으로 달려가는거야. 옛날에는 그런 마주 없었어. 돈이라면 눈이 벌건 사람들이잖아?"
"마주들이 말 안사면 생산목장은 망하는거네?"
"아니지. 옛날에는 10마리 생산해서 평균으로 3찬만원 받았어. 지금은 10마리 생산해봐야 팔리는 건 세마리야. 한 마리에 말값이 1억이니 수입은 똑 같지. 안됐지만 경주마로 적합하지 않는 말은 목장에서 알아서 처리해야지. 어쨌던 목장 수입은 달라지지 않지.

"말 값 올라서 좋아지는 거 많네? 처음부터 그러지 그랬어?"
"경마장 시설도 확 바뀌었어. 1억짜리 말 집어넣고 나니 불안해서 마주들이 잠을 못 자. 다섯 마리면 5억이야. 옛날에는 마방에 가보지도 않던 마주들이 날마다 마방에 와! 마방이 왜 이렇게 좁냐, 바닥이 이게 뭐냐, 원형마장이 왜 이렇게 어둡냐, 초지는 왜 없냐? 건초가 왜 이렇게 메말랐냐, 사사건건 간섭하는거야. 조교사가 무슨 죄가 있나? 마사회에서 해결해 줘야지. 마주들이 마사회에 날이면 말마다 항의하는 거야. 야! 이 ㄱ같은 ㅅㄲ들아. 말이 1억이야. 너 같으면 1억 말을 이런 ㅈ같은 곳에 두냐? 쌍욕은 이 사람들 전공이잖아? 마사회가 등살에 못 견디지. 말 값 1억 되고 나니 마주하려는 사람도 없는데...."

"그럼 마방시설도 좋아지고, 말 부상도 줄었나?"
"그럼. 옛날에는 경주로에 편자떨어지고, 채찍 떨어져서 말이 그걸 밟으면 훈련하다 말다리 부러지고, 마주님 훈련하다 말이 다쳐서 뒤지게 됐습니다 그럼 됐는데, 1억짜리 말이 죽었는데 마주가 가만 있겠어? 득달같이 뛰어와서 조사해보자. 왜 죽었냐? 그러다 마사회가 주로 관리 잘못했다고 우기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거지. 소송 들어가." 
"소송한 경우도 있어?"
"소송이 끝도 없었지. 마사회는 자기들 과실 아니라고 우겨야 하고, 소문 나면 마주할 사람 더 없어지니 어떡해? 눈만 뜨면 주로 고치고, 눈만 뜨면 위험한 거 치우고 하는거야."
"일본, 홍콩은 말 값이 전부 1억 이상이라며? 이상한 것도 아니네?"
"그럼! 말 값이 1억이 되니 마주하면 와 대단하다! 소리 듣는거지. 경마하는 사람들 위상도 올라가고, 경마가 고급스포츠구나! 하는거지."
"말 값 올라간 게 여러모로 경마장에 좋은 거구나."
"그럼!"

말 값이 1억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황당한 상상해 봤다. 심심해서 하는 짓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