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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 유영삼

       

           

그믐

 

유영삼

 

그믐이면 꽃게들이 몸살을 앓았다

이튿날엔 몸알이 새까맣게 부풀었다

 

어둠 속에서 어두운 허리를 드러낸 바다가

연육교 교각 방향으로 잠기고 있었다

교각 아래 몽글몽글 모인 꽃게들이

공중에 푸르고 검은 집게발을 벋어 올렸다

 

그믐이면 객지를 떠돌던 아버지가 왔다

부엌 아궁이에서 소나무삭정이 잉걸불도 스러지고

달싹거리던 가마솥 뚜껑 소리도 잦아들면

찰랑찰랑 어머니 뒷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걸 들으며 까무룩 잠이 들었다

횃대에 걸린 어둠이 옅어지면

아버지는 새벽처럼 희붐하게 사라지곤 했다

 

아버지가 다녀간 며칠 동안은

어머니의 잇바디가 더욱 희고 고왔다

 

연육교의 꽃게들이 물소리처럼 몸알을 부풀리던 그믐

 

 


2018.07.03 08040:1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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