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열자마자 기수가 낙마했다.
순식간에 마권이 휴지 조각이다.
1층 지날 때 가끔 듣는다.
"저 자식, 말 빼먹으려고 일부러 떨어졌다! 나쁜놈!"
이어서 쌍소리가 쏟아진다.
그 소리에 아내와 내가 어처구니 없어 더불어 나즈막히 쌍소리한다.
"미친 놈들! 낙마가 장난인 줄 알아!"

1층에 있는 경마 문외한에 한정된 일이 아니다.
6층 있는 마주들도 이런 소리를 한다. 어떤 마주는 진지하게 마사회 경마관계자에게 하소연한다.
"기수가 말 빼먹으려고, 일부러 낙마했으니 조사 좀 해주세요."
승마나 경마 모르는 마사회 먹물들은 또 고개를 끄덕인다.
아내와 나는 입 모아 다시 말한다.
"미친 놈들!"
아내는 재작년 낙마하고 아직 말을 타지 못한다. 낙마의 공포를 극복하려고 끔찍이 노력했다. 마장에서 타지 않고, 정해진 경로만 움직이는 원형마장에서 타기도 헀고, 혼자 타는게 무서워서 내가 한 시간 말 고삐 잡고 끌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낙마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했다.
나도 말 탈 때 마다 긴장한다. 탈 때 마다 낙마의 공포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내 낙마 공포는 2012년이 정점이다. 순식간에 말에서 떨어졌고, 이전의 낙마와 달랐다. 갑자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깜깜했다. 말이 나를 덮쳤구나!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다.
이후 그 공포를 극복하려 헀지만, 그 말은 다시 타지 못했다.
어떤 기수든 붙잡고 이야기 해보라.
낙마사건을 이야기하면 모두들 너무나 힘들어 한다.
자꾸만 화제를 바꾼다.
페로비치, 누네스, 문세영, 조경호, 이철경.....
누구든 예외없다. 낙마로 기수생활 끝내고, 낙마로 생을 마감하는 게 기수의 운명이다.
시비스킷을 탔던 조지 울프, 레드도 그랬다. 역대 미국 삼관마 경주 우승 기수의 현황을 찾아보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능한 기수들의 운명이 그랬다.
다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없다.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목숨이 오가는 일을 두고, 말 빼먹으려고 일부러 낙마했다고?
"미친 놈들! 시속 60 킬로 달리는 말 위에서 니가 한번 떨어져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