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들은 모두 한 가지 꿈을 갖고 있다. 정호익 조교사는 내게 말했다.
"제가 소원이 하나 있다면 말하고 대화 한번 해보는 거에요. 도대체 왜 그랬는지 좀 물어보고 싶어요."
훈련하다가 갑자기 펜스로 뛰어들어 자신도 다치고 기수를 던져버리는 말, 경주 중 직선주로를 잘 달리다 갑자기 밖으로 홱 틀면서 나란히 가던 말과 부딪히는 말, 4코너 돌면서 순간적으로 외곽으로 튀는 말, 이전까지 잘 들어가던 게이트에 죽자고 들어가지 않는 말, 어느날 아침 거짓말처럼 훈련을 거부하는 말....
이런 지경을 만나면 조교사는 간절한 마음이 된다.
'제발 말 좀 해봐!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승마선수들도 같은 꿈을 꾼다. 자신이 타는 말과 대화하는게 꿈이다.
말과의 대화는 불가능할까?
불과 수십년전만 해도 사람들은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떠들었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이고, 인간이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을 맘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도덕적 근거를 제공했다.
과학자들은 동물들도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대양에서 고래는 음파로 의사소통하고, 말은 몸짓으로, 새는 울음소리로 말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동물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졌고, 고통과 슬픔, 사랑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 칼로리나 음식보다 사랑과 애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았다.
동물이 자기들끼리 대화한다면, 동물과 사람의 대화는 불가능할까?
이런 의문에 도전한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이 도전했다.
네바다대학교의 앨런 가드너 박사는 원숭이에게 언어를 가르쳤다. 원숭이가 인간처럼 성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청각장애자들이 사용하는 수화를 가르쳤다. 교육과정이 순탄해서 '워쇼'라는 원숭이는 청각장애인과 수화로 대화할 수준이 되었다. 4년만에 160개 단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었다. 음식이 필요할 때, 음식 달라는 말을 할 수 있었고 몸동작도 표현할 수 있었다. 워쇼는 심지어 어떤 물체를 묘사하거나 개념까지 표현했다. 워쇼에게 '더럽다'는 단어와 '원숭이'라는 단어를 가르쳤다. 자신과 종이 다른 원숭이를 부를 때 워쇼는 원숭이라고 불렀다. 자신을 괴롭히는 붉은털 원숭이에게는 '더러운 원숭이'라고 불렀다. 그 밖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나 상태, 대상에 대해서는 더럽다고 말했다. 루시라는 원숭이도 있었다. 수화를 배운 루시는 고양이에게도 대화를 시도했다.
스탠퍼드대학의 프리맥 박사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원숭이에게 말을 가르쳤다. 원숭이는 플라스틱 조각을 사용해서 능숙하게 말을 했다. 130개가 넘는 단어를 알고, 간단한 문장을 만들 수도 있었다.
조지아주립대학의 럼보 박사는 컴퓨터 자판을 사용해서 원숭이에게 말을 가르쳤다. 수화와 플라스틱 조각이 단어를 단순히 연결하는 비문이라면, 컴퓨터를 통한 대화는 문법을 갖춘 언어를 사용해서 대화하는 것이다.
가장 혁신적인 사례는 고릴라 코코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중에 코코는 수화로 단어 1000여개를 쓸 수 있었고 2000여개의 영어 단어를 이해했다고 한다. 수화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과 '나는 음료를 좋아한다(I like drinks)'와 같은 영어 문장으로 대화하기도 했다.
만약 원숭이나 고릴라가 인간과 대화할 수 있다면 다음 단계는 앵무새, 돌고래, 개, 고양이, 말 순으로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정호익 조교사의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성공했냐고?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영장류와 인간의 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던 때가 1970년대다. 내가 과학분야 소식에는 꽤 관심 있는 편인데, 후속 연구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 연구비 지원이 끊겼거나, 연구에 성과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