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연내에 주요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했단다. 그동안은 대북제재를 의식해서 하지 못한 일이다.
나는 가장 큰 경제효과라 생각한다. 부산에서 런던까지 철도로 연결된다는 말이다. 물류 혁신이다. 지금까지 유럽으로 수출하려면 비행기로 보내거나 배로 갔다. 배로 가는 물량, 항공으로 가던 물량의 일부는 철도로 보내면 된다. 우리 수출품뿐 아니라 일본, 대만, 동남아 수출품이 모두 부산항으로 몰려들겠다. 부산항이 국제항으로 다시 부상한다. 부산 사람이 가장 반길 일이다.
문제는 있다. 우리와 북한 철로는 세계 표준인 1,435 밀리다. 러시아 철도 선로는 85밀리 더 넓은 광폭이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기차는 서울에서 신의주까지는 표준선로를 달리다, 러시아 구간에서 기차 세우고 바퀴를 광폭궤도로 바꾸거나 다른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선로의 넓이, 궤간이 바뀌면 바퀴폭을 자동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왜 선로 폭이 나라마다 이렇게 다를까?
왜 선로의 국제표준은 1,435 밀리미터일까?
궁금하지 않는가? 궁금하지 않다면 그만 읽으셔도 된다.
마가(馬加)가 이야기하니 혹시 말과 관련있는 건 아닐까?
현재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자판을 보라. 이걸 QWERTY자판이라 부른다. 오른쪽 위부터 배열이 그렇다. 인쇄도구가 컴퓨터로 바뀌었지만 자판은 타자기 자판 그대로다.(우리는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지만, 대학생에게 타자기 말하면 모른다. 그들은 본 적 없다.) 초기 타자기는 자판 누르면 글자가 새겨진 쇠막대가 타격하면서 종이에 글자 찍었다. 가지런히 배열된 글자막대가 종이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촘촘하게 배열된 상태에서 빨리 찍으면, 찍으러 가는 글자막대와 제자리로 돌아오는 글자막대가 부딪혔다. 엉키고 고장나는 예가 많았다. QWERTY 자판은 영어 문장을 분석해서 글자막대 엉킴을 최소화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고장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전동타자기가 개발되고, 컴퓨터로 글 쓰면서 엉킴 문제는 사라졌다. 이제는 더 빨리 자판 외우고, 더 빨리 타이프칠 수 있는 자판이 필요해졌다. 과학자들은 오자없이, 빨리 타이프할 수 있는 자판을 연구했고 혁신적인 자판을 개발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획기적인 자판이었다. 시장에 내놓았다.
참담하게 실패했다. 아무도 사지 않았다. 왜?
타이프치는 사람은 QWERTY 자판을 이미 외우고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있는 나머지 모든 자판이 QWERTY 자판이었기 때문이다. 길게 설명해야 하지만 경영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 부른다. 전환비용현상(transition cost)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학습해서 사용하는 제품은 실패한다는 교훈도 준다.
우리는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철도 운행이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철로와 철로 위를 다니는 화차(貨車)는 증기기관 발명 이전에 있었다.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가장 먼저 적용한 곳이 철도일 뿐이다. 당시 철로와 화차는 혁신이었다. 어디에서 썼을까?
우리의 삶을 바꾼 과학, 문학, 사상은 거의 대부분 근대 영국에서 나왔다. 영국인들 정말 대단하다. 2002년 BBC는 영국인을 대상으로 가장 위대한 영국인을 물었다. 1위는 처칠이 차지했다. 3위는 다이아나 왕세자비, 4위 찰스 다윈, 5위 셰익스피어, 6위 뉴턴이었다. 우리 생각과 많이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윈이라 생각한다.
2위는 누굴까?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이라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 없겠다. 나도 모른다.

영국의 혁신적 발명가, 건축가, 엔지니어라고 한다. 이 사람이 시도한 가장 흥미로운 혁신 가운데 하나가 광폭궤도라고 한다. 당시 영국의 철로 폭이 1,435 밀리미터였는데, 2.76미터로 된 광궤를 도입했다.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는 당시 표준인 1,435 밀리미터 궤간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비판했다. 성공했을까? 물론 실패했다. 경로의존성 때문이다.
현재 세계 표준인 1435밀리미터 궤도는 1830년 첫 여객 열차가 등장하기 전에 광산에서 사용했다. 캐낸 석탄을 갱도 안에서 옮겨야 했다. 여기에 철도선로와 화차를 개발해 사용했다. 누군가 그 화차를 선로내에서 끌어야 했다. 누가 끌었을까?

빙고!
말이 끌었다.
선로의 넓이는 화차의 양쪽 손잡이 넓이와 같을 때 가장 힘이 적게 든다. 양쪽 손잡이 넓이는 말이 들어가기 알맞아야 했다. 말 들어가기 알맞는 폭, 현재의 경마장 출발 게이트 넓이 만큼이 가장 적당했고, 그게 1,435 밀리미터였다. 갱도 밖도 같은 폭이어야 했다. 갱도에서 항구까지 가는 철로도 같은 폭이었다. 나중에 여객을 싣는 철도가 생겼을 때, 기차는 이미 광산업자가 깔아놓은 선로를 사용해야 했다. 경로의존성이다. 철도 기술은 이 기준에 걸맞게 개발됐다. 영국은 이 선로와 열차를 다른 나라에 부설했고, 철도 기술도 보급했다. 말이 들어가서 끌기 알맞는 폭, 1,435 밀리미터 선로폭은 그렇게 세계 표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