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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중률 두배로 올리는 법(마사회 케이닉스)

 

생업 전폐하고 복권 연구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득이 있을까? 우린 혀를 차지만, 그들은 연구로 적중률 높인다고 주장한다. 경마 적중률 높이려고 죽도록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죽는 사람도 있다. 경마장 밖에 있는 사람은 말 된다고 생각할까? 최근에 복권 당첨 확률을 두배 높이는 방법을 발표했다. 경마에도 적용할 수 있다. 듣고 보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뭘까?

 

그보다 요즘 마법같은 방법을 개발했다고 거듭거듭 광고하는 곳이 있다. 태어날 말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좋은 말 골라 사면 대상경주 우승하고 상금 왕창 왕창 벌 수 있다고 한다. K-닉스. 한국마사회가 어린 시기에 DNA 정보를 분석해서 말의 능력을 사전에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라 한다. 말의 모근을 채취해서 근육질인 단거리 스피드형인지, 장거리 지구력형인지 분석하고, 스피드 지수, 지구력 지수를 측정한다. 마사회 혈통사이트 가면 말마다 K-닉스로 분석한 지표가 있다. 사실이라면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두바이 경마 상금 모두 가져올 수 있다. 그 증거로 마사회는 K-닉스 분석으로 미국에서 구매하고 미국 조교사에게 훈련 맡긴 '닉스고'란 말의 브리더스컵 쥬브나일 경주 준우승을 든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세계 최고 무대에서 능력을 보였다', '마사회가 유전자 정보에 따라 일찌감치 발굴하고 훈련 시킨 말이다', '가치가 200억에 이를 거다' 등 감당하기 힘든 이야길 귀 아프게 떠든다. 들어주는 사람 없으니  목소리 높여 말한다. 김낙순 회장도 덩달아 언론에 나왔다. 
 "(김낙순/한국마사회장,YTN) 한국 경마도 이런 세계적인 무대에서 우리 한국의 말들이 뛰듯이 이제 보다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국민 여러분께서 봐 주셨으면 좋겠고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한 사람은 알려주기 바란다. 주어가 세개, 술어가 하나인 문장이다. 나는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는 박근혜 멘트가 생각났다.)

 

경마가 혈통의 스포츠라고 하니, 마사회 말대로 유전자를 분석하면 말 운동능력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국무총리 지내고 대통령후보로 두번 나섰던 이회창 집안이 대표적인 예다. 아버지가 검사였다. 삼촌 이태규는 한국인 최초로 화학공학 박사였고, 형은 삼성병원 의사였고, 동생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이회성 박사, 그 아래는 KAIST교수 이회경 교수다. 빠짐없이 왜소한 체구에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 손흥민 선수 아버지 손웅정씨는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다. 형도 독일 프로축구에서 뛰었다. 차범근의 아들 차두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고 국가대표였다. 수영선수 박태환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폐활량,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연성, 피로를 잘 느끼지 않는 뛰어난 젖산 내성능력, 천부적인 부력, 완벽한 좌우대칭형 몸매를 금메달 비결로 꼽았다. 동물보다 성공공식이 더 복잡한 사람도 이 정도로 부모의 유전능력에 영향 받는다면, 유전자로 말의 운동능력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마사회의 K-닉스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처럼 뛰어난 지능 가진 사람과 마를린 몬로처럼 미모가진 사람의 유전자 분석 잘 해서 결혼상담소가 잘만 맺어준다면 잘 생기고 지능 뛰어난 자녀 얻을 수 있다는 K-닉스 이론은 석학들의 수백년 연구 업적을 한순간에 뒤엎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 달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한국인이 있었다. 그는 알지만, 부인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1916년 평양 무역상 강용석씨의 7남매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나, 1931년 전조선여자올림픽대회 200미터 육상에서 신기록으로 우승했고, 1932년에는 조선신궁경기대회 200미터에서 또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강복신이라는 사람이다. 2년뒤 그는 손기정과 결혼해서 1남1녀를 두었다.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와 조선 최고 스프린터의 결합, 육상 선수로 이만한 혈통이 없다. 자녀들은 육상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였을까? 그런 소식 들은 적 없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유팬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박지성 선수가 뛰어난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이야기 들은 적 없다. 차범근, 박찬호, 유현진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교수 중에 자기 아들이 어느 대학 나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는 이야긴 모두 안다.

 

한 사람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뭘까?
우리 모두의 문제다. 나는 왜 성공하지 못할까? 그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어떻게 애를 키워야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 호기심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만 관심있는 주제가 아니다. 오랫 동안 연구했고, 반대가 없는 이론을 정립했다. 개인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는 세가지다.
첫째 태어난 국가, 둘째 부모, 셋째 운이다. 특정개인이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나도 태어난 국가가 아프리카 후진국이거나 봉건영주국가에 태어나면 대책 없다. 아프리카 후진국에서 아무리 돈 많이 벌어도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안된다. 빌 게이츠가 중남미 독재국가에서 났다면 최고 부호가 될 수 있었을까?  아프리카, 중남미라고 천재가 없었을리 없다. 그럼에도 뛰어난 학자가 없다. 아인슈타인이 네팔의 산동네에서 났다면 상대성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논쟁의 여지가 없다. 부모나 운보다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중요하다. 
한 국가 안에서는 부모와 운이 결정한다. 부모의 영향은 조금 복잡하다. 유전적 영향과 애정이다. 유전 영향은 또 유전자와 특정 유전자가 두드러지도록 하는 발현 환경으로 나눈다. 뒤에서 상세히 이야기하자. 운(運). 우리 모두가 아는 개념이다. 기업의 성공, 개인의 뛰어난 성취를 연구해보면 필연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운이 크게 작용한다.  놀라운 건, 개인의 노력이나 성격, 특별한 비결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보면 유전적 요소만으로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주식시장의 교훈이 있다. 불스마켓과 실력을 혼동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주식투자에는 천재가 없다는 교훈이다. 손 대는 주식마다 돈 버는 주식 귀재는 전세계에서 관찰된다. 실력일까? 살 때 마다 주식이 오르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해서 전혀 놀랄 일 아니다. 주식 사면 올라갈 확률이 반, 떨어질 확률이 반이다.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동전 열번 던지기를 십만명에게 시키면 열번 모두 앞면 나오는 사람은 몇명일까? 100 명이 넘는다. 주식하는 사람은 수십, 수천만명이다. 주식만 사면 오르는 사람은 세상에 늘렸다. 순전히 확률법칙에 의해, 운으로 일어난 일인데도 본인이나 주변 사람은 특출한 재주가 있다고 믿는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펫도 포스코 주식 사서 큰 손실 봤다. 시비스킷을 한눈에 알아봤다는 톰 스미스도 시비스킷 말고는 대상 경주마 찾지 못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누군가 오래 동안 경마하던 사람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마주생활하기로 했다. 대상 경주 우승하는 말 갖는게 꿈이다. 한 마리 사서 실패했다. 두마리 사서 실패했다. 5마리 한꺼번에 샀는데 모두 실패했다. 이번엔 제대로 혈통분석해서 사보자 결심하고, 혈통 공부한 다음 12마리 샀다. 그런데 이번엔 제대로 한마리 걸렸다. 두살짜리가 브리더스컵 나가서 준우승했다. 이상한 일인가? 혈통분석이 탁월해서 일까? 
마사회 주장대로 K-닉스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나머지 11마리에 대한 설명도 있어야 한다. 항해하다 풍랑 만났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기도의 힘으로 하나님이 은총을 내렸다고 목사가 말했다. 철학자가 물었다. "그 배에서 기도하고 여기 없는 사람들은요?"
경주마의 성적이 혈통만으로, 유전자만으로 결정된다는 이야긴 현대 생물학과 유전학 이론을 통째로 뒤집는다. 유전자는 성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게 정설이다. 성장환경, 교육훈련, 영양, 보살핌, 섭식에 따라 발현하는 유전자가 있고, 발현하지 않는 유전자가 생긴다. 후천적으로 주도하는 유전자가 바뀔 수도 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분석했고, 12마리 말 중에 운좋게 걸출한 말 한마리가 포함된 걸 두고, K-닉스의 타당성이 입증됐다고, 타당성이 입증됐으니 마사회가 야심차게 진행한 사업이 성공했다고, 우리 잘했으니 칭찬 해달라는 건 억지다. 경마 모르는 김낙순 회장, 농수산부 관료들에게 왜곡된 정보 제공하고 기관평가점수 좋게 받겠다는 꼼수다.

 

근데, 복권 당첨 확률을 두배로 올리는 방법, 경마에도 적용되는 그 방법이 뭐냐고?
복권 두장 사면 된다. 마권 두 구멍 사면 된다.


2018.12.11 21029:4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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