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이야기다.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뭔, 말이 되는 소릴해야지. 별 이상한 소릴 다 듣네!"
하고 핸드폰 끄면 된다.

얼룩말과 교배한 적 있는 암말이 이후 일반 말과 교배해서 낳은 말
사람마다 종교는 다르지만, 모든 사람이 믿는 종교가 있다. 과학이다. 불교신자, 기독교인, 이슬람 신도, 유교 믿는 사람도 과학은 믿는다. 기독교인 일부가 진화론에 대들지만, 논쟁은 끝났다. 교황청과 영국 성공회도 진화론 부정하지 않는다.
과학은 현대 유일한 종교다. 나도 과학교 신자지만, 주류교단에서 보면 이단 신자다. 정통 과학교 사제인 과학자는 유물론과 기계론을 믿는다. 물질이 없으면 어떤 현상도 존재하지 않고, 기계적 작용이 없으면 모두 사이비과학이라 믿는 사람들이다. (나는 리처드 셀드레이크 책, 과학의 망상을 읽고 부터 주류 과학을 회의적으로 본다.)
오랫 동안 미신 또는 사이비과학으로 치부했던 속설이 과학적으로 재조명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침과 뜸, 경락이다. 이런 치료를부정하던 때는 과학 도구가 미비해서 증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지 주민들이 사용하는 약초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눈에 불 켜고 연구하며 효능을 입증한다. 텔레파시, 쌍둥이 감응현상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유전학에서도 획기적 발전이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수백년에 한번씩 기후변화로 수십년간 대기근이 생긴다. 기근이 발생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는 체구가 작다. 이 아이의 생애 후반은 기근이 끝나고 식량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낳은 아이도 역시 체구가 작은 현상이 생겼다. 손자도 체구가 작다. 원래 아이슬란드 사람은 체구가 큰데, 기근이 지난 후 3,4 대가 되어야 원래 체격이 돌아온다. 진화론의 미스테리였다. 알다시피 진화론의 핵심은 돌연변이로 유전자 변형이 생기고, 변형된 유전자를 가진 생명이 환경에 적합하면 생존해서 번식할 기회를 갖는다는내용이다. 한번 태어난 아이는 후천적으로 유전자 변화가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중학교 때 배운 멘델의 완두콩 연구를 기억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의 영향으로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된다는 후성유전학이 정설로 자리잡았다.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환경에 따라 발현하는 유전자가 있고, 발현하지 않는 유전자가 있으며, 생물은 환경에 따라 이를 조절한다는 이론이다. 아이슬란드의 기근과 체격 미스테리가 풀렸다.

중세시대 여성이 착용했던 정조대
유전학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는 또 있다. 감응유전(感應遺傳, telegony)이다.
중동에서는 아라비아 말의 순수성을 철저히 지켰다. 아랍인들은 예전부터 전쟁할 때 암말만 사용했는데 전쟁에 나가는 암말은 음부를 완전히 막았다. 전쟁에서 혹시라도 유럽 또는 중앙아시아 말과 교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아랍 암말이 다른 종 말과 한번이라도 교배하면 그 암말은 순종 아랍말을 생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임신이 되건 안 되건, 한번이라도 순수종 암컷이 다른 종 수컷과 교미하면 순혈성이 파괴되고 이후에 순혈종 수컷과 교미해도 잡종 말이 태어난다고 믿었다. 믿기 어렵지만 그런 사건이 드물지 않았다. 한번도 새끼 낳은 적 없는 암말과 얼룩말을 교배시켰는데, 첫 번째 새끼 낳은 후 다른 수컷 말과 교배시키니 줄무늬 있는 새끼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암컷과 교배한 수컷의 유전형질은 암컷의 몸에 남아서, 암컷의 유전자를 변형시켰다는 말이다. 이걸 사람들은 감응유전이라 불렀고 유럽, 중동, 아프리카 사람들은 철석같이 믿었다. 이런 이유로 중세시대 십자군 원정 때 기사들은 아내에게 보기에도 살벌한 정조대를 채우고 떠났다.
아내가 한번이라도 나 아닌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면, 결혼 후 아무리 정절을 지켜도 아이는 이전에 관계한 남자 피가 섞여있다는 감응유전(感應遺傳, telegony), 당신은 믿을 수 있는가?
멘델의 유전연구가 있은 후로 감응유전은 미신이 되었다. 현대과학의 기계론적, 유물론적 사고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여기엔 인권문제도 개입된다. 여자는 처녀성을 지켜야 하고, 한번이라도 험한 일 당하면 그 이후에 태어난 아이는 범죄자의 피가 섞여 흐른다는 이론은 엄청난 사회문제가 된다. 페미니스트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론이다. 한번이라도 피부색 다른 사람과 관계하면 이후 같은 피부의 남자와 결혼해도 피부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여자 몸에 남는다는 이론은 끔찍하다. 과학적 이유 뿐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이유로도 폐기해야 하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 망령이 되살아났다.
2014년 9월30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진은 초파리연구에서 감응유전(Telegony)을 발견했다고 생태학 전문지 “에콜로지 레터스(Ec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이들은 덩치 큰 초파리와 작은 초파리를 만든 다음, 아직 난자가 성숙하지 않아 임신이 잘되지 않는 암컷과 큰 초파리를 교미시킨 다음, 난자가 성숙한 뒤에 작은 초파리와 교미시키는 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난자가 미성숙했을 때는 당연히 수정 되지 않는다. 그럼 태어난 초파리는 작은 초파리라야 한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큰 초파리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결과다.
사실 유전학분야에서는 그동안 유전자 영향이 아닌 이유로, 예를 들면 환경이나 다른 요인으로 부계 특성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현상이 여러 동물에게서 발견되면서 감응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들의 연구는 감응유전이 유전자가 아닌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최초로 확인한 연구다.
수컷의 정액이 암컷 몸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고 한다. 정액에는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있고 수컷은 정액으로 암컷의 행동을 바꾸는 전략을 구사한다. 뉴사우스웨일즈 연구진은 먼저 교배한 수컷 정액 속 어떤 물질이 암컷의 미성숙한 난자에 흡수되어 이후 태어난 새끼의 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그럼, 사람에게도 이런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없다.
우리가 이 사실을 왜 알아야 할까?
혈통 보고 사는 경주마 때문이다.
혈통 공부하는 사람들 머리가 복잡해졌다. 말은 감응유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말을 힘들게 하는 질병이 많았다. 얼룩말은 이 질병에 적응했다. 튼튼한 말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자주 암말을 얼룩말과 교배시켰다. 감응유전의 효과를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감응유전이 가능하다면, 혈통을 분석하기 위해 암말이 지금까지 교배한 모든 씨수말의 특징을 살펴야 한다. 게다가 유전자 특성 뿐 아니라 정액 특성도 분석해야 한다. 지금 경매장에 나온 말이 듣보잡 수말의 새끼라도, 예전에 자이언트 코즈웨이나 아일해브어나더와 교배한 적 있는 암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산에서 감응유전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거리가 된다.
앞으로 말 살 때 당신은 이런 것까지 분석해서 살거냐고 묻는 사람 있겠다.
난 혈통 믿지 않는다. 혈통분석해서 말 구매하는 관행이야말로 미신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