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텔론.
30대 젊은이에게 물으니 안단다. 20대는 모르겠다. 보디빌더 출신으로 근육질 액션스타였다. 복싱 영화 록키로 스타가 됐다. 록키는 5편까지 제작했다.
더욱 유명해진 영화가 람보(LAMBO)다. 1982년 첫편이 나온 후 37년간 네편을 제작했고,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9월 다섯번째 영화 '람보: 라스트워'를 개봉했다. 첫편에서는 미국에서 외로운 전쟁을 치렀지만, 2편부터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미얀마에서 활약했고, 이번엔 멕시코에서 기관총을 난사한다. 이 영화 찍고 예순살 넘긴 람보는 어디로 가야 할까?

캐나다 작가 데이비드 모렐의 실화소설 '퍼스트 블러드'를 영화로 만들었다.
람보는 월남전 그린베레 출신이다. 퇴역 후 친구 만나기 위해 한적한 로키산맥 동네를 찾았는데, 세상 일에 서툰 그를 의심해서 경찰이 체포해서 조사한다. 경찰의 고문에 가까운 취조에서 월맹 포로 수용소에서 받은 고문의 악몽을 떠올맀다. 람보는 미친 상태가 되어 경찰을 살상하고 경찰서를 부수며 탈출한다.
다음부터는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경찰과 람보의 전투, 주경비대와 람보의 전쟁이다. 최우수 그린베레 장병의 게릴라 전술로 주경비대를 모두 무찌른다. 람보의 현란한 전투씬이 압권이다.
원작은 전쟁에서 끔찍한 일 겪는 퇴역군인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증상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썼다. 전쟁이나 고문, 끔찍한 사고를 경험한 후 심적 고통을 겪는 증상으로 공황발작, 공격성향,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이나 알콜남용 증상을 보인다. 퇴역 군인 중 PTSD 증상 보이는 사람이 많고, 이들은 사회부적응, 우울증, 자살로 이어진다. 하지만, 본인이 병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도 거부해서 알려지지 않았던 병이다.
가장 먼저 나타난 계층은 전쟁 후 퇴역한 군인이었지만, 곧 다양한 계층에서 나타난다는게 밝혀졌다. 최근에는 경찰과 소방대원이 특히 고위험군이다. 2017년 조사에서는 경찰과 소방관은 임무수행 중 자살할 가능성이 높고, 일반인에 비해 PTSD나 우울증을 보일 확률이 5배 더 높다고 발표했다. 뉴욕 경찰청에서만 올해 여름, 6명이 PTSD로 자살했다.
미국만 그런게 아니다. 한국의 '퍼스트 블러드'에 비견되는 영화 '하얀전쟁'이 있다. 83년 안정효가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구제역으로 돼지 살처분한 사람들도 그 충격으로 고통을 겪다 5년간 4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가장 잔혹한 9차 살인현장을 본 형사들은 아직도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소식도 봤다.
최근 PTSD에 가장 심하게 노출되는 직업군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소방관이다. 살인현장보다 끔찍한 인명사고 현장을 만나고, 그 트라우마로 고통 겪는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방공무원의 4.9퍼센트가 자살위험군에 속하고, 이들의 54.7퍼센트가 PTSD에 시달린다고 응답했다.
PTSD가 죽음의 질병인 이유가 있다. 이 증상을 겪는 사람은 자신을 탓하고, 안으로 숨어든다. 세상 사람이 생각하는 정의롭고 용감한 경찰관, 언제나 약자를 돕는 강한 소방관의 모습과 다르기 때문에 남에게 말할 수 없다. 혼자서 끙끙 앓는다. 증상이 알려지면 직장을 잃는다는 현실적 두려움도 있다. 개인은 알리길 꺼리고, 국가와 사회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이들을 어둠에서 구할 치료법과 전문치료기관 설립이 미뤄져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는 혼자서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제 많은 사람이 이들의 시급한 정신건강 위기를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사가 치료하지만 효과는 신통하지 않았다.
최근 이런 PTSD 환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다. 말을 이용한 치료법, 이콰인 트레피(Equine Threphy)다.

시작은 콜럼비아대학이 추진한 맨오워 프로젝트(Man o' War project)였다. 말을 이용한 PTSD치료법 시험연구다. 이 분야 최초의 대학연구다. 자연주의 조교법으로 알려진 만티로버츠의 조인업 프로그램(Join-Up)을 기반으로 PTSD 치료효과를 연구했다. 조인업 프로그램은 야생말의 초기순치(굴레, 고삐, 안장지우기 등)가 목적이었지만, 점차 악벽 가진 말 치유에도 활용되었고, 확산되어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의 치료에도 효과를 보였다. 문제아동 치료, 세계 굴지기업의 리더십교육에도 활용되었다.
콜롬비아 대학은 여기에 주목하고 PTSD 치료효과를 시험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최초로 볼티모어시가 퇴역군인, 심리적 장애아를 대상으로 PTSD 치료 목적의 기관을 운영한다. Ag Center다. 이 센터는 퇴역군인을 위한 프로그램 WarHouse, 발달트라우마나 성적 학대 또는 신체적 학대로 심리적 위험에 빠진 유소년을 위한 Eagala 프로그램, 그리고 그외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3일 일정이다. 첫날은 오후에 도착해서 프로그램 소개 받고 만찬을 갖는다. 다음날은 말에 대한 강좌를 듣는다. 항상 포식동물의 위협에 시달리는 말은 어떻게 사고하는지, 외부의 자극, 인간의 자극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배운다. 마지막날에는 직접 마장에 나가서 말과 연결(Connecting)하는 방법을 경험한다. 넓은 마장과 작은 원형마장에서 이루어진다. 조인업 방식 그대로 조마삭끈을 잡고 말과 연결되는 경험을 직접 하게 한다.
이콰인테라피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큰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말한다.
'이 프로그램이 내 생명을 구했다'
'내 영혼을 거울로 지켜볼 수 있는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지금 바로 집에 가서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다'
'트라우마 이후 편안하게, 가장 오래, 깊이 잠든 밤이었다.'
핵심개념은 연결(Connecting)이다.
승마하지 않은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렵다. 엄청난 영적 경험이다. 승마가, 말이 개나 고양이와 다른 점이다. 말과 내가 하나로 연결된 느낌, 말이 내 몸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 내 생각을 말이 알고, 말 생각을 내가 알고, 말 몸의 느낌을 내가 느끼고, 내 몸의 느낌을 말이 아는 상태다. 이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자연주의 조교법에서, 말은 사람이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바로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말이 감정을 갖자마자 반응을 보인다. 머리 들고 주위를 서성거리며 직선으로 다가온다. 머리를 사람의 가슴에 묻는다. 나는 너를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장면에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치유를 받는다.
말과 사람의 커넥팅 효과에 가장 먼저 눈뜬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노인우울증 치료에 고심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쉽게 무기력과 우울증을 겪는다. 말과 함께 사는 노인은 이런 증상이 적었다. 독일에서는 노인에게 말과 지내랴고 적극 권한다.
커넥팅을 통해 사람들은 친절과 인내, 건강하게 남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운다.
볼티모어시의 이콰인트라피 센터에는 이 역할을 퇴역한 경주마 6마리가 담당하고 있다. 퇴역한 군인과 퇴역한 경주마, 환상적 만남이다.
얼마전 PETA의 말 도살이 전국방송을 타면서 말복지와 퇴역마 활용이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회와 동물권리보호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국방부는 소방관과 경찰의 PTSD 치료에 관심이 크다. 정서적 어려움 겪는 아동치료 또한 국가적 중요성이 더해간다. 퇴역경주마를 활용한 PTSD 이콰인트라피.
퇴역마의 복지를 책임질 마사회와 마주협회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9월 첫주 아직은 따가운 가을 햇살이 승마장을 비춘다.
땀에 젖어 말에서 내리니 건장한 남자 세 분이 실장님 설명을 듣고 있다. 승마 배우려고 온 초보자다.
"무슨 일 하세요?"
"아, 저희는 안산소방서 근무해요."
"존경받는 직업 1위 소방관이구나!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잘 오셨어요. 말과 지내면 PTSD걱정 않으셔도 돼요. 정말 잘 오셨어요."
일찍 승마를 결심한 세 분, 축복받은 분이다.
그것도 하늘맑고 바람 시원한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