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거지될 운세야. 그냥 알거지가 돼!"
젋은 사람들도 사주 팔자 즐겨본다. 얼마 전까지 사주카페가 유행이었다. 요즘 시들하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주신청해서 본다. 역술가와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운영하는 천명앤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사업 모델이 재미있었다. 이 얘길 조카에게 했더니 경희대 앞에 있는 점쟁이가 용한데 자기도 가봤단다. 정말 용하단다.

관상, 풍수는 현대 과학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관상은 과학이다. 풍수 또한 심리학이나 뇌과학으로 해석하면 수긍할 부분이 많다. 사주는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궁금했다.
세상 그 많은 역술가 중에 2020년 코로나를 예측한 사람이 없다.
야들도 세상 모른다는 말이다. 그런데 개인사는 신기하게 맞추기도 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평생 사주팔자 안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매우 가끔씩 운세 본다. 내가 보낸 세월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데 도움 된다. 경희대 앞 골목 지하건물, 사주팔자 보는 곳에 갔다.
"2018년이 최악이야. 주머니에 돈이 술술 빠져 나갔을걸? 2019년, 20년도 마찬가지야. 내년까지 아무 것도 하지마. 그냥 빈털터리되는 운세라고 생각해!"
지난 3년간 주머니에서 돈 나갔다 생각한 적 없다. 잠시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니 통장에 1원 늘어난 건 없고, 뭉텅이 돈이 쑥쑥 빠져나갔다. 샀던 주식은 모두 빨간색이고, 마주 사업은 최악 그 이상이고, 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기저기 돈줬다. 3년간 통장에서 10억 가까운 돈이 사라졌다.
"몸은 또 여기저기 아프지? 여기 아파서 고생하다 겨우겨우 고치면, 저기 아프고, 어떻게 고생하다 고치면 또 다른 곳이 아프고.... 뭔 소린 줄 알아? 아무 것도 하지마. 내년까지."
알겠습니다 하고 나오는 내게 마지막 악담을 한다.
"11년 뒤, 2030년 쯤에 큰 돈, 아니 떼돈 벌거야."
망할! 11년 뒤면 내 나이가 몇이야? 70대에 돈 벌어서 어디 쓴다고? 기운 떨어져 빌빌거리면서 맛 있는 술을 먹어? 이쁜 여자를 만나? 해외 여행을 할거야?
악담을 해라. 악담을 해!
주식하며 사는 친구와 전화하면 주식 사라 권한다. "안 사!"
경마장 있는 아우가 말한다. 형님 말 안 사요? "안 사"
언론계 후배가 산에서 묻는다. 형님 책 안 써요? "안 써!"
나 뿐 아니라 나라가, 세상이 최악의 운세다.
가게하는 사람들은 손님 없어 죽을 운세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경기가 없어 죽을 운세다.
비정규직은 일자리가 없다. 올해, 내년 졸업하는 학생들은 취업자리가 없다.
마주는 상금 없어 거지될 운세고, 경주마 생산자는 말이 안 팔려 거지될 운세다. 예상가는 수입이 없어 굶는다.
오래 전에 읽었다. 한국 최고의 역술가에게 기자가 물었다.
"운세가 최악일 때, 뭘 해도 안될 때는 뭘 해야 하나요?"
"그땐 부잣집 마당 쓸어야 되요."
아파트 사는 요즘 마당이 어딨나?
나는 내후년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힘이 되는 말만 하고, 책 읽고 생각 정리하며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