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동 떡볶이 거리 가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광장시장은 마약김밥이 유명하다. 의정부 부대찌게는 들어 봤겠다. 춘천닭갈비도 맛있다.
그 동네 가면 가게마다 여기 저기 붉은 글씨로 원조가게라 써놨다. 왜 원조라고 강조할까?
먹는 사람은 맛으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그 거리에 가면 어느 집 들어가든 맛은 비슷하다.
왜 비슷할까?
맛집의 비밀은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식재료 들어가는 거 알고, 원조가게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다른 가게로 옮기며 전달한다. 음식점 주인들은 몇 번만 실험하면 맛을 찾아낸다. 며느리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마복림 떡볶이 비법, 옆집 가게 주인은 안다. 그래서 가게마다 맛이 비슷하다.
산업분야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혁신적인 스마트폰 만들었다. 1년도 못돼서 삼성이 스마트폰 만들어낸다. 이어서 샤오미, LG, 화웨이, 소니....줄줄 나온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비밀이 없다.

경주마의 세계는 다를까? 조교사의 조교방법은?
비법은 없다는게 합리적이다. 모든 조교사가 나름 전문가이고, 승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조교사가 있다면 어떻게 하는지 기를 쓰고 알아본다. 어떻게든 모방해 보려고 애쓴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말을 보는 눈, 들이는 시간, 마방의 체계에서 승부가 결정난다. 이런 차이로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 수 없다. 신당동 떡볶이 가게들처럼 승률은 거기서 거기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2020년 3월 9일 미국 경마계에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나 보다. FBI와 연방수사국은 최고 승률을 자랑하던 조교사 제이슨 서비스와 호르헤 나바로를 비롯해서 조교사, 경마관계자 27명을 무더기 구속했다. 불법 물질과 약물을 제조, 유통하고 경주마에게 투여한 혐의다. 아래 표는 2019년 미국 조교사 승률 순위다.

자료출처: Thoroughbred Racing Commentary
제이슨 서비스와 호르헤 나바로는 승률 1, 2위를 차지했다. 자키클럽과 FBI, 연방수사국은 경마부정이 없다면 이런 비정상적 승률이 나올 수 없다는 인식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27명을 체포해서 기소했고, 코로나로 재판이 순연되었음에도 재판 받은 두명은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자키클럽 관계자들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도 줄줄이 징역형이 선고될거라 전망한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수사와 입건이 있었음에도 부정과 불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FBI는 2020년 탑텐 조교사의 승률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최고 조교사의 승률 분포는 2019년과 똑 같다. 밥 버펫이 꼭대기에 있다.
자키클럽이 운영하는 민간 탐정회사 조사결과에서도 부정과 불법의 증거를 다수 찾아냈다.
코로나로 인해 FBI의 업무부담이 늘어났음에도 경마계의 부정, 불법이 워낙 뿌리가 깊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서 수사를 계속한다고 한다. 실제로 불법 약물 외에도 여러가지 범죄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키클럽과 경마장에서는 조만간 또 대규모 조교사, 수의사, 경마관계자 체포 소식이 나올거라 전망하고 있다. (자키클럽은 '경마공정 및 안전법' 제정과 이를 감독할 '경마공정 및 안전청' 설립을 앞두고 있다. 2022년 7월 신설 예정이다.)
이 소식이 먼 나라의 일일까?
우리나라 조교사 승률을 보면 이보다 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약물검사는 미국보다 더 엄격하고 정교하다. 마사회의 도핑테스트 능력과 체계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그래도 경마팬과 전문가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정과 불법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그 근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