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섬경마장에서 과천경마장으로 이사를 한지도 벌써 34년이 지났다. 십년 쯤 지난 1998년 5월에 ‘코리안 더비’가 처음 만들어져 제1회를 치룬지 25년이 흘러 올해 제26회째를 맞는다. 매년 우수한 국산 준족들을 발굴해 왔다. 2007년까지는 서울경마장 경주마들만 출전하는 '서울 더비'나 다름없었으나 2008년 제11회부터 부산경마장 경주마가 출전할 수 있는 오픈 대상경주가 되면서 명실공히 '코리안 더비'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경마가 한해에 치르는 총 50개의 특별, 대상경주가 다 격을 달리한다. 상금도 많으며 가장 높은 G1 격의 대상경주는 다섯 개다. 서울경마장에서 이번 주 일요일 제8경주 1800m거리로 펼쳐지는 제26회 코리안 더비를 필두로 9월의 국제경주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와 11월의 ‘대통령배’와 한 해를 결산하는 12월의 ‘그랑프리’가 가장 높은 격의 대상경주다. 총 상금도 높을 뿐 아니라 한국경마에서 가장 뛰어난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경주라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다.
‘코리안 더비’를 처음에는 1400m 거리에서 펼쳐졌다. 중거리로 시작한 것은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뛰는 국산 3세 마 한정경주였고, 성장기의 유망한 국산 망아지를 보호하려는 이유가 컸다. 그때는 국산마 수준이 외산마에 비해 훨씬 낮아 국산마는 혼합경주에서 감량의 혜택까지 받기도 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국산마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제4회부터 거리가 지금의 1800m로 늘어났다.
우승상금도 처음에는 1억 1천만 원이었다. 당시 세 살배기 대상경주의 우승상금으로는 다른 어떤 경주보다 많았다. 25년이 지난 올해 코리안 더비의 우승상금이 그에 비해 다섯 배에 달하는 5억 5천만 원이 되었다. 경마창출자들 입장에서는 한국경마의 환경이 날로 좋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회를 거듭하면서 ‘코리안 더비’가 제대로 정착된 2007년에 드디어 한국경마의 삼관 경주가 시작되었다. 첫해 반쪽의 ‘서울 삼관’이었지만 '제이에스홀드'가 한국경마의 첫 삼관마로 등극했고, 지난 2016년 부산경마장의 '파워블레이드'가 두 번째 진정한 삼관마로 탄생하면서 삼관경주의 연조가 짧은 데 비하면 두 마리의 삼관마가 탄생은 놀랄만했었다.
올해도 삼관마의 탄생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지난 4월 30일 펼쳐진 제19회 KRA컵 마일 경주에서 우승을 챙겼던 부산경마장의 ‘베텔게우스’가 출전을 포기해 삼관마의 탄생을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펼쳐진다. 1, 2차 출전할 경주마가 19마리였으나 16마리로 엄선된 만큼 올 상반기에 펼쳐졌던 어느 대상경주보다는 박진감이 넘치겠다. 아직 경주마들이 성장기인 세 살배기인 데다 전력이 다 발휘하지 않은 적수들이라 상반기에 펼쳐지며 안정적으로 결론이 났던 대상경주와는 판이한 양상을 보일 수 있겠다.
15마리의 숫말을 혈혈단신으로 대적하러 나선 홍일점 라온시리즈의 12라온자인언트(국 암 3세 8전/5/1 임기원)가 외곽 게이트지만 초반 단독 선두에 나서서 감량 이점을 살려 초중반까지는 경주를 주도하겠다. 선두권에 가세할 순발력이 대단하나 최외곽 출발하는 16섬싱로스트(국 수 3세 5전/4/1 이혁)와 8도끼불패(국 수 3세 6전/4/0 김용근)등도 쉽게 밀리지 않으며 선두 쟁탈전이 치열하겠다. 선두권에 가세해 추격의 고삐를 움켜주고 결승선 직선주로에 접어들어 역습에 나설 적수들도 즐비해 막판까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난타전이 예고되는 한판이 되겠다.
선두권에서 추격마들을 원천 봉쇄하면서 경주가 끝나도 배당이 높은 결과를 낳겠지만 막판 무섭게 치고 올라올 5여수파이터(국 수 3세 9전/2/4 박재이)와 9나올스나이퍼(국 수 3세 8전/4/2 문세영)그리고 10너트플레이(국 수 3세 9전/3/1 안토니오)등의 역습이 성공해도 배당이 좋은 경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전마 모두 최선을 다하겠지만 누구도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경주로 이어지겠다. 행운이 누구의 뒤를 따를 것인가가 우승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G1 경주 다운 멋진 경주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겠다.
모든 출전마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