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해보다 무섭게 몰아치며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무더위도 한 풀 꺾였다. 아침저녁 선득선득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언제 더웠냐는 듯 까맣게 사라진다. 무더위 속에 펼쳐졌던 제6회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의 우승은 1, 2, 3 회처럼 우승은 몽땅 일본 경주마들이 챙겨 갔다. 요즘은 선선해진 초가을 밤 항저우 아시안 게임 축구 관전에 신명이 난다. 한국축구가 예선전에서 첫 게임에서 만난 쿠웨이트를 9;0 스코어로 대파하고 어젯밤에는 태국을 4;0으로 대파했다. 게임이 안 될 정도로 한국축구는 성장했고, 아시안 축구는 추락했음을 실감케 했다. 한국경마만 성장할 줄 모르고 그대로인 것은 누구 탓으로 돌려야 할까.
날이 갈수록 경마팬들이 한국경마를 외면하면서 경마장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마만 돌리면 아무 생각 없이 팬들이 꾸역꾸역 모여들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냥 그냥 경마만 돌려 대는 시행체가 쇄신하지 않으면 놀라울 정도로 경마 환경이 변할 것이 뻔하다. 지난 봄에 마사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시행체는 아직 온라인 경마의 시행을 어떻게 시행하겠다고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륜, 경정이 온라인판매 법안이 통과하자마자 그해 8월에 바로 시행에 들어간 것에 비해 이제는 따고 뱃장이다 식의 시행체가 한국경마의 내일을 진정으로 염려할까. 불법 경마에 얼마나 많은 팬이 볼모로 잡혀 있는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는 것을 따지자면 경마만 한 것이 또 있을까. 한국경마는 제주도에 조랑말 경마장을 만들면서 최초로 수적으로는 두 개의 경마장을 보유할 수 있었다. 부산경마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두 개의 경마장만 있었던 나라였다. 정통 경마와는 형태도, 맛도 달랐으나 상당히 오랫동안 전국 경마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제주 경마나 뒤늦게 개장한 부산 경마도 사실 서울경마장에서 중계를 않았다면 굴려 갈 수가 없었겠다. 홀로서기가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현지의 매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이 미약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자치도로서 설 수 있기까지 전국의 팬들이 부단히 베팅을 해왔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관광객들로 법석을 떨고 있지만 조랑말경마는 제주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반면 제주도는 국산 경주마 생산의 요람으로 한몫을 해줬다. 내륙의 경주마 목장보다 자연환경이 앞서 경주마 생산지의 중심지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제주도는 한국경마와 인연이 참으로 깊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내 걸고 지난 2013년 11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대상경주를 서울경마장에 신설했다. 어느새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첫 회, 두 번째 회는 국산마 1등급 장거리 경주로 펼쳐졌으나, 세 번째 대회부터 국산 암말 단거리 경주로 바꾸면서 애초 국산마 생산지를 기리자는 뜻을 대상경주에 새길 수 있었다. 더해서 국산 우수한 씨암말을 발굴하자는 데 더욱 의미를 둘 수 있겠다. 격을 높여 상금도 대폭 올린다면 한국경마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겠다.”
올해로 제10회를 맞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는 국산 최고의 암말을 발굴해온 것만은 사실이다. 국산 암말경주로 전환한 이후 3, 4, 5회 줄곧 부산경마장이 우세를 보였으나 지난 6, 7, 8, 9회 모두 서울경주마들이 우세를 넘겨 받았다. 이번 일요일 제8경주에 펼쳐지는 10회에서는 아무도 어느 경마장이 우세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월 루나스테이크 우승 후 내리 코리안오크스, 경기도지사배까지 대상경주 파죽의 3연승가도를 달려온 후 지난 8월 1400m 일반경주에서 넉넉한 우승을 거두며 이번 대회를 준비한 부산경마장의 여걸 12즐거운여정(국 암 3세 13전/7/3 다실바)이 5연승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겠다.
서울경마장의 여걸들도 만만치는 않다. 지난 21년 8회 대회 우승마 6라온퍼스트(국 암 6세 26전/12/4 최범현)와 같은 마방의 동반 출전마 9라온더스퍼트(국 암 4세 17전/8/4 임기원) 라온시리즈 두 마리가 버티고 있어 두 산을 넘어야만 하는 숙제를 안았다. 두 마리 모두 주무기인 선행력을 구사해 장거리까지 버텼던 준족들이라 버티면 승산이 있겠다. 끈기 있게 밀어붙이면서 막판 덜미잡기로 역습을 노릴 12즐거운여정이 초반에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5연승 가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겠다.
어제까지 내린 비 때문에 주로가 가벼운 데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라온 6번과 9번 두 마리가 버티기에 성공하느냐, 혈혈단신으로 서울경마장에서 빛나는 우승을 12즐거운여정이 고개를 넘을 것이냐가 관전의 초점이 되겠다. 암말경주에서 늘 파란이 일어나는 속성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아직 기량이 정점에 오르지 못한 최고의 기수가 고삐를 잡고 출격하는 14라누트(국 암 3세 10전/5/1 문세영)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없어 기습을 노려 볼 복병으로 지목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지뢰들이 즐비하게 깔려 1400m 거리 경주지만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바라봐야 할 안심할 수 없는 대격돌이 펼쳐지겠다.
******추석 명절 연휴를 즐겁게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