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의 마지막 주 주말이 코앞에 와 있다. 그새 1월 한 달이 훌쩍 우리 곁을 지나갔다. 한국경마는 새해 들어 여러 가지 새로운 경마계획을 세워 야심차게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동절기 경마는 강추위 속 눈 내리는 불량주로임에도 불사하고 달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어려움 속에서도 기수들이나 경마관계자들, 팬들 모두의 마음은 사고 없이 무사히 경주가 끝나기를 함께 바란다. 1월 3주간 불순한 날씨가 있었으나 다행히 주말이면 강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몇몇 기수가 컨디션 난조로 기승을 포기해 기수 교체 사례는 나왔으나 별일 없이 무난한 출발을 했다.
서울경마장의 리딩자키 문세영 기수와 부산경마장의 리딩자키 서승운 기수는 두바이 월드컵 대회를 오가면서 국내경주까지 임하지만 두 경마장 최고 기수답게 올해도 두 기수의 성적은 특별하다. 특히 문세영 기수는 절정의 기량을 발휘해 팬들의 베팅의 좌표로 삼는 데는 흔들림이 없다. 문세영 기수의 최근 성적이 더욱 좋아지는 것은 예전의 선행 일변도가 아닌 모든 경주마를 결대로 몰아주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편하게 나서는 선행, 편하게 따라가는 선입, 막판 무서운 탄력을 발휘하는 추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에서 다른 기수들의 추격을 원천 봉쇄한다. 문세영 기수처럼 느긋하게 결대로 타려면 탁월한 경주 안목과 노련미를 겸비해야 한다.
아울러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면 쉬지 않고 자기관리를 위해 생각과 몸을 쉬지 않고 다듬어야 한다. 그런 노력은 정상을 오른 후 지키려는 그만의 몫이겠다. 믿고 베팅할 수 있는 기수로 각광을 한 몸에 받자면 될 만한 경주마를 만나도 실수 없는 말몰이를 해야 한다. 팬들이나 마방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울경마장 최고를 지켜왔다. 문세영 기수는 코로나19 펜데믹을 벗어나지 못한 채 어수선했던 2021년 280전/90/43/27 승률32% 복승률47% 연승률57%을 보여주면서 46승을 거두며 다승 2위로 따라붙은 송재철 기수를 54개의 승수차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아직은 독보적인 문세영 기수를 따를 기수를 찾아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마방을 운영하는 조교사는 오랜 시간 같은 일에 종사하며 얻은 노하우를 갖춰 좋은 기수를 선정하는 눈이 높아 어떤 기수의 작은 실수라도 족집게처럼 찍어낼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있다. 모든 기수는 경주로를 달리는 동안 수십 개의 카메라에 찍힌 경주 장면을 통해 찰나의 작은 실수도 감출 수가 없다. 신예, 중견, 고참 기수 할 것 없이 모든 기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말몰이로 성과를 거둬야만 다시 기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영화배우가 열연한 영화를 통해 다시 좋은 영화에 발탁되듯이 기수들도 좋은 마방의 경주마를 내내 얻어 타려면 문세영 기수처럼 언제나 최선의 경주를 펼칠 수 있도록 언제나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기대한 만큼 성적을 올리면 탄탄대로를 달리는 기수가 되겠지만 반면에 준비가 미흡해 말몰이에 기복을 보이는 기수는 기승 기회를 다시 얻지 못한 채 부진마의 고삐를 잡고 고전할 수밖에 없다.
각 마방의 안목은 대단해 한 주간의 경주가 막을 내리면 그 주에 뛰어난 말몰이를 보여준 기수에게 제각기 손길과 눈길을 보낸다. 서울경마장 트랙라이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을 적에는 기수들이 지금보다 많았었다. 모든 기수가 소속조 없는 프리기수로 되면서 그야말로 서울경마장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 환경이 바뀌든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는 문세영 기수는 그만큼의 노력이 뒤따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경마에서 마칠 인삼은 고전적인 의미가 있다. 조교사가 믿고 맡긴 경주마를 몰아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기수는 언제나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하고, 조교사의 작전지시대로 경주에서 100% 기량을 발휘해야 한다. 아무리 빼어난 경주마라도 기수가 우승으로 몰아가지 못하면 허탕인 경마에서 물론 경주운(運)도 따라줘야 한다. 일 년 내내 계속되는 경주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행운까지 따라줘야 정상을 지켜 갈 수 있다. 문세영 기수는 2022년 한 해 동안 299전을 뛰어 86승/52/43 거둬 승률28.8% 복승률46.2% 연승률60.5%를 지켜 정상의 자리를 고수했다. 2위를 거둔 이혁 기수는 61승을 챙겨 25승이란 갭을 인정해야 했다.
2023년 문세영 기수가 2022년 보다 더 많은 326전을 달렸으나 66승에 그쳐 승률20.2% 복승률43.6% 연승률55.5%로 기세가 꺾이면서 저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정상을 내주지는 않았다. 정상의 자리를 넘보며 연이어 2위에 머문 이혁 기수의 기량은 부쩍 좋아져 22년 25승 격차를 15승이나 줄여 10승 차로 추격하며 56승을 거둬 모든 마방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승완 기수가 54승을 거둬 3위로 올라섰으니 두 기수의 올해 다승 경쟁은 박진감이 넘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문세영 기수는 57.7%의 연승률을 보였다. 10번 기승하면 6번은 3착 이내 입상을 놓치지 않았다. 얼마나 매 경주 최선을 다한 기수였는가?
세계 어느 경마장을 가더라도 기수의 세계는 공평하지 않다. 최고 기수와 바닥 기수는 공존한다. 좋은 배우가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듯이 좋은 기수는 좋은 경주마를 만나기 때문에 그렇다. 좋은 기수는 늘 좋은 성적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경주마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기수의 길을 갈 수 있다. 기수 세계의 일상 풍경이다.
올해 펼쳐진 3주간의 성적도 역시 문세영 기수가 10승을 올리며 선두에 나섰다. 23전/10/4/1로 승률 43.5% 복승률 60.9% 연승률 65.2%라면 감히 어떤 기수도 넘겨다 볼 수 없는 적수로 굳건해졌다. 작년 2위를 거두며 정상의 자리를 넘봤던 이혁과 유승완 기수는 5승으로 같이 3위로 밀렸고, 지난해부터 기량이 부쩍 좋아진 이동하 기수가 6승으로 2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문세영 기수를 중심으로 이혁, 유승완, 이동하 기수를 잘 따라가면 적중을 맛볼 수 있겠다.
모든 기수가 올 한해 경주로에서 부상 없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