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부산경마장을 개장했으니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서울경마장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지금은 서울경마장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경마장과 함께 더러브렛경마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짧은 역사임에도 부산경마장은 한국경마의 질적 수준을 상당히 끌어올렸다. 부산 경마창출자들이 혼신을 다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겠다. 미숙한 경험의 신예 기수들과 처음으로 조교사의 길에 접어든 햇병아리 조교사들이 서툰 손을 맞잡고 일궈낸 피와 땀의 산물이겠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개장 초 도입한 된 외국인 용병 기수제도를 들겠다.
한국경마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한 터라 일본산마를 들여다가 경마를 시작했으니 모든 것이 일본식이었다. 조교사나 기수도 그들의 손에 의해 교육되고, 그들의 방법에 따라야했다. 해방 후 호주, 뉴질랜드산을 중심으로 미국산마를 들여와 외산마에 의존해 경마를 시행했고 국산마는 가뭄에 콩 나듯 간혹 한 마리씩 끼어들었다. 감량 이점을 안은 채. 한국마사회의 뜻 있는 직원들이 한국경마의 장기적인 발전대책으로 국산마 양산을 수립하면서 한국경마를 변모시켰다. 소규모의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국산마 생산 장려책을 실현하면서 소량의 국산마 경주를 만들어 외산마 경주 사이사이 편성하면서 3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는 국산마시대를 현실화했다.
한국경마가 국산마의 양산과 질적 향상을 통해 국산마시대를 열면서 매년 쉬지 않고 기수양성학교를 통해 배출한 국내 기수들로 진정한 한국경마의 틀을 갖췄다. 즈음 외국과의 무역경쟁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와 장벽이 있었으나 세계화의 물결로 보호무역의 장벽이 깨지고 국가들이 글로벌 무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한국경마에도 기수와 조교사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새바람이 불었다. 경주마는 국산마로 대체하면서 기수와 조교사는 왹구에서 수입하는 새로운 모습의 한국경마가 된지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년 동안 수많은 외국 용병 기수들이 한국경마장을 다녀갔다. 다녀간 외국 기수 가운데 잊을 수 없는 기수가 있다. 수습 기수로 경마장을 꾸려갈 초창기 부산경마장에 선발대로 왔던 호주의 ‘베이커(2005년 5월~2008년 1월,519전/77/63/46)’기수는 쉽게 잊을 수가 없겠다. 그는 최초의 용병 기수로서 꼬박 3년간 부산경마장 어린 기수들에게 선진 기승술을 보급해주었을 뿐 아니라 부산경마장의 기반을 다지는데 일조한 공로가 컸다.
다음으로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기수는 일본 지방경마장의 베테랑 ‘우찌다 토시오(2008년 5월~2011년 8월, 695전/138/90/94)’기수다. 두 차례에 걸쳐 부산경마장에서 활동하는 동안 성적도 성적이려니와 최고의 기승 매너를 보여 줘 부산경마장의 도약에 큰 힘을 보탰고, 138승을 거두어 많은 상금을 대가로 충분히 가져갔다. 더불어 고치경마장 소속 “이쿠야스(2005년~2009년, 2013년~2016년, 2820전/347/309//304)”기수다. 한국에 귀화한 기수로 착각할 만큼 용병 기수 중 가장 오랜 기간 국내 경마장에서 활동했다.
용병 기수들이 국내 진출은 초반 일본 기수들로 이뤄지다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판도가 유럽 쪽으로 바뀌면서 특히 이탈리아 기수들 진출이 많아졌다. 서울경마장에 세르비아 국적의 ’페로비치“와 브라질 국적의”안토니오“등이 정상의 기수로 탄탄한 기승술을 보여주고 돌아갔다. 서울경마장 리딩자키 문세영을 위협했던 ‘페로비치’와 ”안토니오“는 용병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다. 활약할 틈새를 찾기가 어려웠던 서울경마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그들의 활약으로 문세영 기수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어 더욱 재미있는 한국경마를 만들었었다. 열거한 다섯 기수는 한국의 경마팬들에게 쉽게 잊히지 않겠다.
올해 들어 부산경마장에 한동안 뜸했던 일본 기수들이 두 명씩이나 재 입장했다. 2월 초 드디어 그들이 경주로에 채찍을 뽑고 나섰다. ”다나카 마사카즈“는 2005년 데뷔해 18년간 기승 경력을 갖고 있으며 부산경마장 재 입장 전에는 마카오경마장에서 활동했고, 뉴질랜드를 오가면서 경주를 펼쳤다. 그는 2013년 6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부산경마장 경주로를 달렸고,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년 반 서울경마장에서 활동했다. 4년간 한국경마를 충분히 경험한 ”다나카”기수는 지난 2개월 31전을 기승해 5승을 거두며 승률 16.1%, 복승률 22.6%, 연승률 25.8%를 보였다. 부산의 최고의 용병 “다실바”와 같은 기간 똑 같은 5승을 올리며 전보다 훨씬 기량이 농익어 재입국했으니 자못 기대가 크다. 예의 주시하며 따라가 볼 기수로 주목받겠다.
“우에다 마사시” 기수 역시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서울경마장에서 기승했으나 부산경마장은 처음이라 좀더 시간을 갖고 바라본다면 만만찮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한국경마에 재등장해 부산경마장에서 27전을 달리는 동안 우승 2개와 준우승을 2개 거두며 “다나카”기수의 성적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작년까지 “이쿠야스”기수가 달리고 있는 일본지방 고치경마장에서 괄목할만한 모습을 보였다. 경주로에 적응하면 재미있는 배당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우리 기수들의 기승술이 이제는 워낙 향상돼 용병기수들도 예전처럼 쉽사리 우승을 챙기기에는 쉽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