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년 같으면 이미 남쪽 지방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질 때인데 3월 내내 오르내린 기온 탓에 벚꽃의 개화가 늦어지고 있다. 진해에서부터 먼저 벚꽃축제가 시작돼 전국으로 북상하면서 서울경마장의 벚꽃도 만발하게 된다. 경마장을 찾는 팬들은 경마를 관전하면서 거저 눈 호강까지 할 수 있다. 해마다 피는 서울경마장 주변의 벚꽃이야말로 어느 벚꽃축제의 명소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장관을 이룬다. 이즈음에 서울경마장을 찾는 방문객의 절반은 아마도 벚꽃 구경을 만끽하고자 찾는다.
한국마사회는 2012년까지는 7, 8월 혹서기 두 달 동안 경주마 보호와 경마의 새로운 즐길 환경을 만들고자 금, 토, 일 3일간 야간경마를 펼쳐왔다. 국가 원전이 몇 년간 가동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태가 빈번해지면서 전력 공급의 차질을 빚자 애꿎은 공기업 사무실은 한여름에 규정 온도를 정해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던 적 여파로 2013년 서울, 부산 경마장은 야간경마를 중단하였었다. 야간경마를 중단한 동안은 대신 노을 경마를 7, 8월 두 달 동안 펼쳐왔었다. 그러다 국가의 전력 상황이 좋아진 2016년부터 다시 야간경마를 부활했다. 역시 혹서기 7, 8월 두 달 동안 야간경마가 시작되었으나 일요일은 주간경마로 되돌리는 변종의 형태로 돌아왔다.
변종의 야간경마는 그대로 둔 채 한 해 한 번 펼쳤던 야간경마를 올해부터는 한 해 두 번으로 나누어 펼치는 진일보한 시행계획을 세웠다. 벚꽃이 만개하는 이번 주 금요일 봄밤 전에 없던 3월에 야간경마를 펼친다. 어차피 주말이면 찾아오는 경마팬들이 야간 벚꽃축제까지 함께 즐기자는 배려겠다. 온라인 경마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6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이 기회에 좀 더 많은 팬께서 서울경마장을 찾기를 바라는 공격적인 마켓팅 전략이겠다. 온라인 경마의 시범 운영을 통해 2만여 명이 참여하면서 경주당 구매액이 절반인 5만 원으로 한정하니 셈본적으로 매출이 반감되며 한국마사회의 매출 손실에도 영향을 미치겠다. 반면 팬들은 소액으로 경마를 즐길 수 있게 된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마사회는 내일 금요일부터 부산경마장에서 야간경마를 시작한다. 온라인 베팅금액의 한정을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풀지 못하고 매출을 올리려면 온라인경마팬들을 야간경마를 통해 경마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야간경마를 벚꽃축제 기간에 펼치는 것은 손뼉을 칠일이다. 마사회의 속셈이든 명분이든 상관없이 경마팬들은 밤 벚꽃을 바라보며 야간경마를 즐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금, 토 양일간 야간경마가 펼쳐지고 일요일은 다시 주간경마로 되돌려 놓는 변종 야간경마는 아마도 월요일 출근해야 하는 팬들에 대한 마사회의 뜨거운 배려로 해석해야 할지 아직도 궁굼하다.
벚꽃이 만개한 서울경마장 봄밤의 가장 멋진 질주는 어둠 속 불빛 주로를 달리는 야간질주다. 팬들은 주간과 다른 환경에서 달려야 하는 경주마와 기수들의 상태를 더 세심하게 살펴야 야간경마에서 적중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마사회가 벚꽃축제를 곁들여 준비한 여러 가지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야간경마는 어쩌면 베팅보다는 분위기에 젖을 수 있어 경마가 도박으로의 역기능보다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순기능을 더 살릴 수 있다. 경주마의 힘이나 스피드 보다는 질주 습성이 우선될 수 있어 대박 결과도 가끔 기대할 수 있다. 야간경마에서 대박을 내주는 경주마는 분명 매력이 있다. 대체로 체력까지 뒷받침되는 선행마라면 대박을 터트릴 복병마로 노려 볼 만하겠다.
다만 기수들의 시야가 주간보다 좁아질 수 있어 좀 더 출발이 빠른 경주마와 유난히 빠른 스타트 실력을 갖춘 기수가 호흡을 맞춰 출전할 때는 의외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겠다. 주간 성적이 부진하던 기수들이 급격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주를 왕왕 볼 수 있는 진풍경도 야간경주가 펼쳐질 때이다. 올봄 한 달간 펼쳐지는 야간경마에 앞서 금요일과 토요일은 12시 30분, 일요일은 아침 9시 30분으로 서울, 부산경마장 입장 시간을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야간경마는 첫 경주를 오후 2시에 출발해 마지막 경주가 밤 9시에 끝난다. 야간경마라고 하지만 해가 완전히 진 후 어둠이 내려 경주로에 라이트를 켜고 펼쳐지는 야간경주는 고작 세 경주밖에 안 된다.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9경주에서 10, 11경주를 야간경주라 하겠다. 단 세 개의 야간경주를 보려고 평상시와는 달리 많은 팬이 경마장을 찾는다. 주간 경마보다 입장객이 많아지는데 더해 매출액도 늘어난다.
모든 팬이 야간경주를 좋아한다,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주간경마보다는 야간경마가 훨씬 정취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시원한 관악산 골바람 불어오는 서울경마장에 라이트가 켜지며 생기는 어둠 가운데 불빛 동굴을 경주마가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은 봄밤의 축제가 분명하다. 주간경마보다는 훨씬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야간경주가 주간경주보다는 이변 경주가 많아지면서 배당금도 주간경주보다 쏠쏠하기에 더욱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지.
한국경마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