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일요일 서울경마장에서 펼쳐지는 세 살배기 국산 준족의 제25회 농수산식품부장관배 대상경주는 1993년 10월 10일 창설되었다. 당시 경마를 관장했던 부서는 지금과는 달리 문화관광부였다. 그래서 ‘문화관광부장관배’란 명칭으로 출발했다. 전신 ‘문화관광부장관배’ 대상경주를 원년으로 치면 올해로 32회를 맞게 되는 셈이지만 2001년 경마의 소관부서가 문체부에서 농림부로 이관되며 2001년부터 명칭을 바꾸며 제1회 맞으며 ‘농립부장관배’로 새 출발을 한다. 2008년 농림부가 농수산식품부로 이름만 바뀌었으나 지금의 농수산식품부장관배로 25회째를 맞는다. 이번 일요일 서울경마장 제8경주 2000m거리로 서울, 부산 오픈 대상경주로 펼쳐진다. 자못 기대가 큰 대상경주가 분명하겠다.
한국경마에 삼관경주(트리플 크라운)가 도입된 것은 2007년이다. 놀랍게도 도입된 첫해 삼관마가 탄생한다. ‘제이에스홀드’! 한국경마사에 최초로 시행된 삼관경주에서 최초의 삼관경주마로 등극한 명마다. 다음 해인 2008년에는 부산경마장과 오픈경주로 확대 시행되면서 서울경마장은 첫해 첫 우승마를 낸 후 지금까지 오픈경주로 펼쳐진 23회 내내 단 한 번 2012년 ‘지금이순간’의 우승을 제외하곤 우승마를 내지 못하고 부산경마장에 헌납해 왔다. 2016년에는 ‘파워블레이드’란 명마의 탄생으로 드디어 원년 삼관마 등극 이후 9년 만에 부산경마장에서 두 번째 삼관마가 탄생한다.
2007년이 한국경마에 삼관경주가 생긴 원년이니 한참 세월이 흘렀다. 처음 시작할 즈음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졌던 삼관경주는 10년 전 2015년부터 4월의 ‘KRA컵 마일’에서 시작해 5월에 ‘코리안더비’, 6월 ‘농림축산부장관배’까지 3개월 안에 숨 가쁘게 세 개의 세 살배기 준족을 가르는 대상경주를 치러 왔다. 올해도 삼관경주의 시작인 ‘KRA컵마일’ 대상경주가 지난 4월 6일 일요일 부산경마장에서 펼쳐졌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21회를 치렀고, 5월 11일 서울경마장에서 제28회 ‘코리안더비’가 펼쳐졌다.
첫 관문이었던 ‘KRA컵 마일’1600m거리에서 ‘오아시스블루(진겸)’가 선입작전을 펼치면서 막판 2착마를 4마신 이상 넉넉하게 따돌리며 우승을 거두어 관심을 모았다. 두 번째 관문은 지난 5월 ‘코리안더비’ 1800m거리에서 역시 ‘오아시스블루(진겸)’가 외곽에서 줄곧 선두권을 따라붙는 선입작전을 펼쳐 단독선행을 받아 끝까지 경주를 주도했던 ‘이클립스더킹(문세영)‘의 덜미를 잡고, 추격해온 ’운주가이(유현명)‘를 2마신 착차로 따돌리며 2관마로 등극했다. 2023년 트리플 크라운 첫 관문이었던 ‘KRA컵 마일’을 놓치고 ‘더비’와 ‘장관배’에 우승을 거둔 ‘글로벌히트’가 2관마였지만 2024년 한해를 관통하고 올 상반기까지 무적의 대한민국 최고마로 군림했으니 트리플 크라운 세 개 대상경주가 한국경마의 명마를 발굴하는 데 기여가 컸다.
과연 올해 삼관마의 탄생은 가능할까? 모든 경마팬의 관심이 집중되는 제25회 농수산식품부장관배 대상경주에 이목은 집중될 수밖에 없겠다. 이미 지난 수요일 오전 서울, 부산 이원 방송으로 출전마들의 게이트 추첨이 중계돼 이번 일요일은 비교적 팬들로 북적대는 서울경마장 풍경을 볼 수 있겠다.
한국경마가 과천경마장으로 이전한 후 개인마주제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지만 국산마 생산 장려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하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삼관경주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겠다. 아마도 ‘코리안더비’나 ‘코리안오크스’, 그리고 ‘코리아컵’은 상상조차도 못할 일이었지 않겠나 싶다. 이 모든 것을 한국마사회의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착각이겠다. 이 모든 발전의 근간은 사회 전반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고 진정 경마를 사랑해준 올드팬들의 끊임없는 열정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그들은 모두 늙었다. 서울경마장이나 부산경마장을 늙은 그들이 차지하고 소액으로 경마를 즐긴다고 홀대하지 말기 바란다.
얘기가 잠깐 빗나갔다. 과연 일요일 2000m거리에서 삼관을 노리고 나설 6오아시스불루(진겸)는 1이클립스더킹(문세영)의 덜미를 막판에 잡을 수 있을까? 집요하게 따라붙을 10마이드림데이(서승운)과 2운주가이(김혜선)의 추격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행여 길어진 거리에 초중반 무리한 격돌로 이들이 오버라도 하는 날에는 설렁설렁 욕심 없이 전개했던 복병들이 기습에 나서 파란으로 갈 공산은 없을까? 여러 가지 전개추리와 예상으로 설레이는 밤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