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마는 코로나19 때문에 2~3년간 큰 손실이 있었다. 경주 중단이 거듭되면서 위축됐던 탓에 경주마의 도입은 자연스럽게 축소되었고, 마주들은 보유했던 경주마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 오다 보니 명마의 탄생은 미미했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펜데믹 전에 들여온 ‘위너스맨’과 ‘라온‘시리즈 명마들이 한동안 경주로에서 주름을 잡았다. 부산경마장에서는 두각을 보이며 명마의 반열에 오른 ’투혼의반석’이 가세해 대상경주의 단골 경주마로 활약하였다. 와중 부산경마장에서 3세 마 때 2관을 차지하며 부상한 ‘글로벌히트’가 지난해 그랑프리에서 ‘위너스맨’과 대등한 적수로 군림, 올해 명마의 세대교체를 완성했다.
2023년 최고의 명마 ‘위너스맨’은 그랑프리 우승을 끝으로 휴양에 들어가 올해는 단 한 번도 경주로에 나오지 못한 채 올 상반기가 막을 내렸다. ‘글로벌히트’가 새로운 강자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뛰어난 적수는 쉽게 나타나지 않아 결국 상반기 그랑프리라 불리는 제39회 KRA컵 클래식 대상경주도 그의 방어전으로 보인다. 다양하게 탄생한 명마들의 각축을 보고 싶은 팬들은 몇 마리 단골 명마들 간의 식상한 대상경주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다 코로나 탓이라고만 할 수 있는지? 명마 중 여제 ‘즐거운여정’과 ‘원더플슬루’ 두 마리가 간혹 암말 대상경주를 벗어나 큰 경주에 참여해 재미를 더해주긴 했었다.
한국경마가 올해로 102주년을 맞는다. 코로나 펜데믹의 깊은 강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간신히 구조돼 모양 세를 갖추고 있다. 다행히 온라인 경마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어떤 펜데믹이 온다 해도 수렁에 다시는 빠지지 않도록 준비를 마쳤다. 어떤 재해에도 완벽하게 보호될 수 있는 온라인 경마가 시범 운영을 마치고 정상으로 운영된다. 전통의 마사회장배 대상경주의 이름을 ‘KRA컵 클래식’으로 바꿔 시행한 지 벌써 39년이 흘렀다.
1985년 창설돼 2000m장거리경주에서 ,파수병,이 우승을 거두고, 1986년부터 1850m, 1900m거리를 바꾸며 1990년까지 이어졌다. 그때만 해도 국산마 생산기반이 미약했으므로 외산마 1등급 경주로 펼쳐졌고, 한해 최고의 명마가 등극하는 관문이었다. 1991년 뚝섬에서 과천으로 경마장을 옮기면서 거리를 다시 2000m로 되돌렸고, 그 후 거리를 고정하지 못하고 2200m, 2300m, 1800m로 늘였다, 줄였다 반복하면서 마침내 2002년부터 2000m 경주로 굳혔다.
명마는 매해 꾸준히 탄생해 명맥을 이어왔다. 지금처럼 개인마주제가 아니었던 시절에는 한국마사회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지에서 생산 목장에서 무더기로 사들여 온 외산마를 각 마방에 분양하면서 경주를 만들었다. 당시 조교사들은 헐값에 들여온 망아지들을 갈고 닦아 경주마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운데 한 해 한두 마리는 나름대로 명마를 만들어 냈다. 당시만 해도 탄생 된 명마는 같이 뛸 적수가 없어서 핸디캡 중량으로 경주력을 조절할 수밖에 없어 끝없이 명마의 등짐을 늘여야 했다.
이제는 그럴 만큼 자원이 부족하지는 않다. 대상경주에서 동등한 등짐으로 맞붙어야 하니 적수가 되지 못하면 아예 대상경주에 포기하게 된다. 그러려니 단골 명마 몇 마리만 대상경주를 출전해 뻔한 경주가 펼쳐진다. 혹서기라 각 경마장이 돌아가면서 휴장하기에 이번 일요일(8월4일) 12경주에 펼쳐지는 제39회 KRA컵 클래식에 도전마는 진정한 올해의 명마들이다. ‘위너스맨,이 장기간 휴양에 들어가면서 일인자로 군림한 6글로벌히트(국 4세 수 13전/7/3 김혜선)의 수성에 2투혼의반석(미 6세 수 24전/8/4 정도윤)과 7나올스나이퍼(국 4세 수 18전/9/4 김용근)이 강력하게 도전하겠다. 복병으로는 여제 두 마리 8즐거운여정(국 4세 암 20전/11/3 서승운)과 5원더플슬루(국 4세 암 12전/5/4 문세영)가 기습을 준비해볼 수 있겠다.
6글로벌히트와 찰떡궁합인 김혜선 기수가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수성의 경주이지만 여제들도 무섭게 초반부터 강공으로 밀어붙이며 감량 이점을 살려 갈 수 있어 상반기 그랑프리답게 출전마는 단출해도 볼만한 경주가 되겠다. 국내 최고의 기수들이 모두 고삐를 잡고 나서는 만큼 명마들의 격돌을 주도할 기수들의 부담도 여간 크지 않을 경주가 되겠다. 문세영과 서승운이 여제의 고삐를, 가장 편안하게 경주를 끌어 줄 김용근 기수, 이들에게 끝없이 도전하는 김혜선과 정도윤 기수의 첨예한 도발이 더욱 경주를 재밌게 만들겠다. 경주마의 능력으로만 따진다면 쉽게 결론이 나겠으나 엇비슷한 경주마들의 격돌에서는 기수의 말몰이를 참고해야 한다.
명마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듯이 명기수도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미가 있는 빅레이스가 되겠다.
게이트가 열리면 가장 앞장에 나설 수 있는 조금은 약해 보이는 7나올스나이퍼가 단독 선행을 받아낼 수 있는데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느냐를 점검해야 하고, 선행 싸움에 나설 수 있는 적수들인 여제 두 마리도 감량 이점을 안고 있어서 우승을 기대하는 6글로벌히트를 많이 괴롭히겠다. 의외로 인기마들이 7나올스나이퍼를 저것쯤이야 하며 여유를 부리다가 놓치고 버티게 두면 파란이 추리될 수 있겠다. 그러나 쉽지 않은 예측이고, 초반부터 따라붙을 네 마리 모두 선입질주 습성이라 아꼈던 힘을 누가 막판에 막강하게 쏟아 불 것인가로 답이 나오겠다.
미리 보는 그랑프리의 주인공은 과연 6글로벌히트일가?에 많은 경마팬이 금요일 오후까지 고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