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3일부터 시작된 야간경마는 오는 9월 15일까지 4주간 펼쳐진다. 대개는 8월이 지나면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였었냐’며 사라지곤 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상기온을 보이며 폭염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진다. 열대야는 잠깐 물러섰지만 사라질 줄 알았던 무더위가 아직도 대낮에는 기승을 부린다. 9월 초입으로 접어들었는데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다. 아침, 저녁에는 기온이 조금씩 낮아져 9월답게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가을걷이를 앞둔 추석 밑 기운이 조금은 감돌기는 한다.
가을이면 서울경마장은 축제 기간으로 접어든다. 다름없이 올해도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가 펼쳐지는 주간이 축제의 절정이 되겠다.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까마득했던 9월 8일이 어느새 낼모레로 다가왔다. 8일 일요일은 최고상금을 내걸고 펼치는 두 개의 국제경주를 펼쳐지고, 전야제로 7일 토요일에는 종일 국제교류 특별경주를 펼쳐진다. 올해도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국제경주가 펼쳐지는 일요일 하루만 무료입장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지만 인색하게도 토요일은 입장료를 징수한다.
제7회 코리아컵은 한국경마의 세계경마 속의 현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국제경주다. 지난 2016년 9월에 당시 상금을 10억과 7억 원을 내걸고 처음 시행된 이래 코로나 19가 성행했던 2020년과 2021년은 중단했었다. 2022년 제5회를 시행하면서 다시 명맥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9월 제6회에서는 경주 격이 격상돼 펼쳐졌다. 상금은 16억 원과 14억 원으로 창설 당시보다 ‘코리아컵’(IG3·1800m·상금 16억원)’ 1.6배를 올렸고, ‘코리아스프린트’(IG3·1200m·14억원)는 2배로 올랐다.
비록 역사는 짧아도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는 경마팬들의 관심과 함께 위상을 높여 왔다. 올해부터는 세계 최고 경마대회인 미국 브리더스컵의 챌린지 경주로 지정돼 대회에서 우승하면 우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경마 변방국이었던 한국경마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전 세계 경마관계자들과 경마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올해 놀랍게도 무려 69두의 해외 경주마들이 예비등록을 마쳤다. 가운데 총 10두(경주별 5두)를 1차 선정했고 마지막으로 선정돼 출전한 경주마는 코리아컵에 일본 경주마 세 마리와 코리아스프린트 역시 일본 경주마 세 마리와 미국 경주마 한 마리가 출전한다.
제3회까지 만해도 창설 당시에 참여했던 7개여 국이 출전했으나 별 재미를 못 본 유럽 국가들이 슬슬 참여를 포기했다. 이에 비해 출전할 때마다 우승을 쓸어 담는 일본만 적극적이고 의욕적으로 도전해왔다. 지난해 역시 우승을 챙기며 재미를 톡톡히 본 일본은 올해도 출전 마릿수를 늘려 참여한다. 한일전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코리아스프린트’에 미국이 딸랑 한 마리 참여한다. 출전국이 비록 적어도 경주의 격은 떨어지지 않아 더 볼만해진 데는 더 강한 일본 경주마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양 대회 우승을 했던 우승마가 연승을 노리며 다시 건너왔고, 두 마리에서 세 마리로 늘어났다. 1, 2, 3착까지 다 가져갈 욕심을 내보이는 것인지, 의욕적인 도전이다. 일본 경마가 세계경마의 중심에 서 있어서 한일전인 이번 ‘코리아컵’에서 대등한 실력을 보여준다면 한국경마 역시 글로벌 위상이 격상하는 길이다.
제7회 코리안컵은 일요일 제7경주 1800m거리에서 펼쳐지고 출전마는 열 한 마리다. 서울경마장 경주마 네 마리, 부산경마장 경주마 네 마리 동수이고, 일본 경주마 세 마리다. 경주마의 주파 기록은 경주마의 객관적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4회에서 우승을 했던 서울경마장의 문학치프(1분 53초3 문세영)와 제5회 우승마 부산경마장의 위너스맨(1분 53초1 서승운)이 낸 주파 기록이 빨라지긴 했다. 반면 1, 2, 3, 6회 일본 경주마들이 우승할 때 기록 152초, 3이나 150초 6~7, 151초 5에 못 미친다. 주파 기록에서 우리 경주마들이 일본 경주마에게 밀린다. 기수 능력으로 뒤처지는 기록을 커버해야 하는데 기수들의 기승술도 그들이 우리 기수보다 월등한 게 현실이다.
이번에 건너온 일본의 네 기수 중 세 기수는 중앙경마 소속이고, 지방경마 ‘가나자와’ 경마장의 ‘요시하라’는 중앙경마에서도 밀리지 않는 23년 차의 중견 기수로 기승술이 탁월하다. 믿고 베팅해도 좋은 기수다. 코리아컵에서 함께 달리는 4라이트워리어(일 7 수 31전/9/2/2 요시하라)와는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선행력이 빼어난 준족이다. 아마도 코리아컵에서도 가장 빠른 출발로 초반에 기선을 제압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의 ‘난칸경마’에서 펼쳐졌던 가와사키기념 대상경주 2100m를 선행으로 버티며 우승을 챙겼던 터라 누가 이를 넘어서느냐가 경주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전성기를 지난 7세이지만 일본 명마들은 7세에도 왕성한 경주를 펼친다.
지난해 우승마 11크라운프라이드(일 5 수 16전/5/4/0 요코야마)는 아직 혈기 왕성한 전성기고 우리 주로에서의 우승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지난 7월 일본 지방 ‘모리오카’경마장에서 펼쳐진 대상경주(2000m)에 출전해 젊은 ‘요코야마’기수와 선입작전을 펼쳐 우승을 거둔 터라 더욱 자신감을 보이겠다. 워낙 빠른 4라이트워리어의 덜미를 막판 잡을 수 있을 것이냐, 연승의 관건이 되겠다. 이에 도전하는 8윌슨테소로(일 5 수 17전/7/3/0 키와다)도 선행이면 선행, 선입이면 선입 자유롭게 펼칠 준족이다. 기승하는 ‘카와다’ 기수는 한국경마장 보다 열 배쯤 기수 층이 두꺼운 중앙경마에서 올해 98승을 거두며 승률 31.3%, 복승률 48.6%, 연승률 62%라면 그의 기승술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6회 코리아컵에서 11크라운프라이드를 우승으로 몰았던 기수이기도 하다.
경마는 뛰어봐야 안다지만 정상급 최고의 상금을 걸고 뛰는 경주에서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추리가 필요하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인 경주마의 주파 기록에서 밀리는 제7회 코리안컵에서 과연 얼마만큼 우승마와의 착차를 누가 좁혀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세 마리의 일본 경주마들의 우승 격돌에 여전사 김혜선 기수가 2글로벌히트(한 4 수 14전/8/3/0 김혜선)로 얼마만큼 집요하게 따라붙느냐가 볼거리가 되겠다. 3착을 하더라도 대등한 실력을 보여주면서 3착을 하는 것을 바라면서 기대를 걸어 본다.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준우승이라도 우리가 가져오길 바란다.
*******추석명절을 즐겁게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