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대통령배 대상경주가 창설된 이래 매년 11월에 펼쳐지던 대통령배가 올해는 한 달을 앞당겨 10월에 펼쳐진다. 10월 13일 일요일 서울경마장 7경주 2000m거리에서 펼쳐진다. 2004년 11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창설된 대통령배는 열아홉 번을 치르고 이번에 스므돌을 맞는다. 대통령배를 한 달 앞당겨 시행하면서 연말에 시행하는 그랑프리도 12월 1일 첫 주 일요일로 날짜를 앞당겼다. 매년 반복해서 확인하지만 단 한 번도 어느 대통령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정에 바쁜 대통령이 서울경마장까지 찾아오기란 쉽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배는 한국경마에 큰 힘을 실어준 것만은 사실이다.
모든 국민이 떳떳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대통령이 인정하면서 한국경마의 사회적 인지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자긍심까지 심어준 셈이다. 오랜 세월 간절히 바랐던 만큼 제1회 대통령배는 ‘그랑프리’에 맞먹는 7억 원의 최고 상금이 책정돼 경마창출자들의 참여 의욕을 북 돋우었으며 국산마 한정 경주로 정해지면서 우수한 국산마 생산과 발굴에 지대한 공로가 있다. 제13회가 펼쳐졌던 해엔 대통령 퇴진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터라 나라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시국이 불안해져 행여 대통령배가 취소되는 것은 아닌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랑프리와 함께 최고의 상금을 걸었던 대통령배가 19회를 치르면서 10억 원으로 30% 인상되었으나 국제 경주 '코리안컵이 16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최고의 상금 대상경주에서 밀려났다. 대통령배의 특징을 들자면 19회를 펼치는 동안 국산 명마들의 격돌이다 보니 외산마의 불참으로 세 차례 네 차례 거듭 우승을 챙겨갔던 경주마가 많았다. 그만큼 국산마 생산과 사양의 폭이 좁았던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겠다. 여하튼 최강의 국산 명마 발굴 무대로 대통령배는 자리를 잡았다.
모든 대상경주 우승은 준비된 경주마와 기수와 마방이 차지할 수 있었다. 경마 세계의 현실이다. 이번 일요일로 다가온 제20회 대통령배에도 모두 철저한 준비로 임하겠지만 결과는 언제나 준엄하게 나온다. 2010년 제7회 대회부터 서울경마장과 부산경마장 오픈 대상경주로 전환하면서 대통령배는 부산경마장의 독식으로 줄곧 이어졌다. 팬들은 서울경마장의 경마창출자들에게 크게 실망하며 힐난을 보내기도 했다. 2010년 이래 단 한 번도 서울경마장의 경주마가 우승을 챙기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겨오다가 지난 2021년, 2022년 두 해 드디어 서울경마장은 우승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가졌으나 지난 19회 다시 부산경마장에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올해도 서울경마장 보다 부산경마장 경주마가 수적으로 우세다. 부산경마장에서 아홉 마리가 올라와 게이트의 3/2를 채우고, 서울경마장에서 다섯 마리가 도전해 열다섯 마리의 국산 준족이 격돌한다. 준족들 가운데 이미 국산마 정상의 자리를 노리며 지난 그랑프리에 준우승을 거둔 2글로벌히트(국 수 4세 15전/8/3 김혜선)가 상승세를 이어 절정기에 들어서서 대통령배 도전하니 군계일학으로 돋보인다. 이미 3세 때 2023년 3관 첫 관문인 KRA마일의 우승은 놓쳤지만 ‘코리안더비’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를 석권 2관마로 등극했던 터라 기세를 이어 갈 것으로 기대가 크다. 22년, 23년 그랑프리 연패를 챙긴 명마 ‘위너스맨’의 위용에 가려 2인자였으나 그가 서울경마장을 떠났으니 큰 어려움이 없이 대통령배에 욕심을 내겠다.
준비된 경주마에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어 준 김혜선 기수와의 호흡이라면 'KRA컵크래식' 우승의 여세를 이어갈 수 있겠다. 더 더구나 마방의 기세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며 탄탄하게 준비하였으니 걸림돌을 쉽게 발견하기가 어려운 최적의 우승 기회가 될 것으로 가늠된다. 지속적으로 대상경주마다 같이 출전해 최고의 난적으로 괴롭혔던 ‘투혼의반석’도 미국산마라 같이 뛸 수 없으니 한결 가벼운 발걸음을 보이겠다. 더해서 대상경주 출전 때마다 게이트 추첨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인코스에서 경주를 풀어 갈 2번 게이트 출발이다. 인코스라고 우승을 향해 달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초중반까지 참고 가려는 데 갇혀서 고생할 수도 있겠다. 김혜선 기수의 말몰이에 맡겨보는 수밖에 없겠다.
강력한 적수로 부상할 적수들이 즐비하지만 같은 마방의 15스피드영(국 수 4세 17전/6/2 이효식)인데, 왜 '코리안스프린트'에 출전해 경주마에게 혼란을 가져다주었는지 그것이 궁굼하다. 꾸준히 대상경주에 출전해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던 준족이라 영리한 이효식 기수가 경주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 에 따라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다. 2글로벌히트에 못지않게 올해 3세마 2관마로 등극한 1석세스백파(국 수 3세 9전/5/0 유현명)가 아직 다 보여주지 않은 잠재력을 노련한 유현명 기수가 얼마나 끌어내느냐는 입상의 관건이 되겠다. 세 마리가 바람직한 경주를 펼친다 해도 못지않은 적수들이 즐비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고조시키며 재미있는 경주가 펼쳐지겠다.
의외로 선행마들이 무리하게 경주를 끌어 초반 입상마들 초, 중반 힘의 소모전이 된다면 느긋하게 따라붙다가 막판 역습에 나설 뚝심마 가운데 서울경마장의 4강풍마(국 수 4세 13전/6/3 조재로)와 부산경마장의 13그랜드선(국 수 5세 16전/6/4 박재이)이 그리고 대상경주에 운이 따르지 않는 11나올스나이퍼(국 수 4세 19전/9/4 김용근)도 역습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복병으로 지목할 수 있겠다.
일반경주와는 달리 모든 출전마가 갖춘 전력을 다 쏟아붓는 대상경주에서는 경주마의 능력을 위주로 응원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출전마 모두 건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