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처럼 2024년 1월 첫 경마의 막을 올렸는데 어느새 한해 경마를 마감하는 그랑프리를 꼭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2세 마 대상경주가 이어지면서 한해 경마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부산경마장에서 두 개의 대상경주가 펼쳐진다. 봄부터 시작돼 여름 내내 가을을 지나 겨울 초입까지 이어지는 2세 마 대상경주의 막을 내리는 제16회 ‘브리더스컵 루키’ 대상경주와 이른 봄 ‘동아일보배’로 시작돼 암말들 간 최강자를 가리는 암말대상경주 중 절정에 이른 제2회 제주특별자치도 후원 ‘브리더스컵 퀸’ 대상경주가 서울경마장과 오픈경주로 펼쳐진다.
이번 일요일 서울경마장은 썰렁해지겠다. 문세영 기수를 필두로 일류 기수들이 두 개의 오픈 대상경주에 출전하려고 8명이 부산경마장으로 빠져나갔다. 부진했던 성적 때문에 경주마의 기승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기수들은 이때를 호기로 삼아 다져온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마주와 조교사들의 눈에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럴 때 오히려 과몰입으로 실수가 잦아 전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는 경주도 볼 수 있는데 급한 마음을 버리고 찬찬히 평정심을 갖고 평상시대로 경주에 임하는 것이 방법이겠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억지로 되는 일은 없었다.
3월부터 서울, 부산경마장에서 펼쳐진 암말 특별, 대상경주는 총 11개였다. 총 열두 개 경주 중 이제 딱 하나 남았다. 펼쳐진 열한 개 가운데 서울, 부산 오픈 대상경주는 9개 중 가장 마지막인 대상경주이다 보니 결국 올해 최고의 암말이 탄생하는 셈이다. 이미 작년 첫 회의 우승부터 챙겼던 12즐거운여정이 가장 기세등등하게 출전을 했다. 이미 2023년 암말 대상경주 우승을 5개 챙겨 최고의 암말로 인정받았다. 지난 4월 ‘뚝섬배’ 우승 후 5개월 간 공백기를 거치고 9월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에서 재기를 했으나 직전 대상경주1 0월 ‘경상남도지사배‘에서 3착을 하는 아쉬움을 남긴 후 도전이라 강력해진 적수들을 여하히 제칠 수 있을 것인가 에 관심이 집중되겠다.
지난 10월 2000m 장거리 경주로 펼쳐진 ’경상남도도지사배,에서 함께 싸웠던 적수들이 8마리가 이번 제2회 브리더스컵 퀸 대상경주에 도전한다. 서울경마장에서 7마리, 부산경마장 9마리 게이트를 꽉 채우는 16마리 격돌로 펼쳐진다. 거리는 1800m이니 직전보다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 볼 수 있겠다. 대상경주 우승을 주고받은 부산의 12즐거운여정(국 암 4세 23전/12/3 서승운)과 서울의 14원더플슬루(한 국 4세 15전/6/5 문세영)의 재격돌의 귀추가 주목되는 한판이다. 빼어난 순발력으로 앞장에 나서서 2000m 장거리에서 끌고 가 준우승을 챙겼던 11플라잉스타(한 국 3세 14전/3/4 유승완)가 거리를 내렸으니 더욱 기세 좋게 초반부터 경주를 압도할 수 있겠다.
거리가 직전보다 더 짧아졌으니 초반부터 선두권 싸움이 치열하겠다. 안쪽 게이트에서 출발하는 3스타터(조인권), 9타우르스퀸(김용근), 10유아톤(모준호)등 세 마리가 11플라잉스타 못지 않은 순발력을 갖춘 경주마들이라 돋보이는 스타트로 누가 초반 앞장에 나설 수 있느냐에 따라 경주 결과가 판이해질 수 있겠다. 이를테면 심한 몸싸움으로 초반 선두권에서 무리수를 던지며 빠르게 경주가 전개된다면 한국최고의 문세영 기수와 부산 최고의 서승운 기수가 한발 뒤처져 느긋하게 따라붙으면 두 마리의 막판 우승 격돌로 최강자가 가려지면서 예상된 결과로 막을 내리겠다.
경마는 뻔한 결과만으로 경주의 막을 내리지 않는 이유가 경주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경마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선두권이 무섭게 치고 나갈 때 이를 참지 못하고 두 마리까지 가세해 선행 싸움에 나선다면 앞 선의 모든 선행마가 결승선 직전 무너지면서 기록을 단축할 수는 있겠다. 두 마리 중 어느 기수가 그야말로 경주마를 믿고 잘 참으며 따라붙는 쪽이 막판 손을 번쩍 들 수 있겠다. 의외로 막판 탄력을 마음껏 발휘해 역습을 노릴 뚝심마가 두 마리의 틈새를 비집고 2착을 가져간다면 '경남도지사배'처럼 쏠쏠한 배당을 안겨 주겠다.
초중반 후미에서 제 페이스로 달리다가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강력한 뒷심을 발휘해 줄 복병으로는 16글로벌태양(국 암 3세 12전/3/4 김헤선)과 5퀸톱(국 암 4세 14전/3/3 임다빈)이 주목된다. 정리하자면 12즐거운여정과 14원더플슬루의 우승 격돌에 초반 단독 선행을 잡아낼 수 있는 11플라잉스타와 막판 역습을 노려 볼 16글로벌태양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겠다. 올해 진정한 '퀸'으로 등극할 경주마의 트로피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기수들 간 작전으로 승패가 좌지우지 될 멋진 한판을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