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첫 주 서울경마장은 설 연휴로 한 주간 휴장에 들어갔다. 올겨울은 예년 겨울보다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로 이어졌고, 유난히 길었던 설 연휴로 귀성 길이 순탄해 모두 고향에 즐거운 추억들을 남기고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긴 휴장 후 새롭게 시작되는 2월 첫 서울 경마 8, 9일은 북극에서 내려온 한파로 매섭게 추운 날씨 속에 펼쳐졌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계획을 세워 실천하려고 애를 쓴다. 실천도 잠시 며칠 후 조금씩 시들시들해지면서 곧잘 1월도 다 가기 전에 슬슬 포기한다. 언제 계획을 세웠었느냐, 듯이, 대개는 술과 담배 끊기가 주종이 되고, 지난해 무리한 경마로 용돈을 거반 다 가져다 바친 경마팬은 경마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한주, 두 주는 잘 참았으나 설 연휴 직전 참지 못하고 경마장으로 달려간다.
설날을 가족들과 오랜만 상봉을 하며 실제로 나이를 하나 얹으면 신정 때와는 달리 장엄하게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 특히 경마팬은 설날이 가고 난 뒤 작심을 한다. 하지만 곧 경마가 없는 휴일과 휴일이 이어지는 날들은 경마에 대한 그리움을 낳게 한다. 경마장이 궁굼하고, 기수가 보고 싶고, 경주마의 달리는 모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적중의 기쁨까지 더해 본다. 경마장의 휴장 다음 주는 언제나 입장객이 감소하고, 따라서 매출액도 감소한다. 굳센 각오와 다짐은 휴장 한두 주가 지나면 경마의 유혹에 조금씩 밀려나고 입장객이 늘어나면 매출액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각 마방도 설날이 지나고 휴장을 끝나면 각오가 다시 새로워지고, 기수들의 새롭게 계획을 무장한다.
매해 새해 벽두에는 세상 어느 곳이나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새롭게 시작하듯 서울경마장 역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한해 1,051개 경주를 펼치는 서울경마장은 2023년 복승식 평균 배당이 30.2배였다. 반짝이로 표시되었던 5.1배, 가장 낮았던 바닥 배당의 적중률은 16.6%에 그쳤다. 이를테면 매 경주에 표시됐던 바닥 배당이 주간 펼쳐지는 20개 경주 중 세 개 경주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도 많은 팬은 특히 전광판의 배당만을 보면서 인기마를 응원하는 추종파들 줄곧 바닥 배당만을 향해 베팅한다. 올해 들어 펼쳐진 88개 경주에는 바닥 배당은 5.5배로 더 높아졌다. 연간 1,051개 경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주 수는 적어도 바닥 배당이 높아지고 복승식 평균 배당이 42.6배로 높아진 것은 그만큼 경주가 더욱 치열하게 펼쳐졌다 가늠하겠다.
지난주 설 연휴 이후 서울경마장에서 펼쳐진 한 주간은 놀랍게도 문세영 기수를 비롯해 모든 기수를 제치고 장추열 기수가 우뚝 서는 한 주간을 만들었다. 토요일 9회의 기승을 얻어낸 그가 1, 2경주를 내리 우승으로 달리면서 기세를 올린 후 이어지는 3, 4경주를 쉰 후 5경주부터 마지막 11경주까지 연속 기승을 했다. 9전을 치르면서 우승 넷에 준우승 셋 3위 하나에 4착 하나의 성적을 거두었다. 총 10개 경주 출전해 우승4 , 준우승3, 3착1이라면 승률이 물경44.4%, 복승률이 77.8%, 연승률은88.9%였으니 놀랄 만 했다. 아마 문세영 기수와 전성기의 박태종 기수 외에는 이런 놀라운 성적을 하루에 거두기란 쉽지 않았다.
2025년 서울경마장에서 가장 멋진 출발을 하며 4주간 88경주를 끝내고 그는 올해 최고의 기수에 등극했다. 장추열 기수는 모두에게 칭찬을 받을만한 토요일이었다. 그는 이미 지난해 기대에 찬 한해를 만들 것으로 조짐을 보였다. 2024년 1월 1일부터 2월 13일까지 문세영 기수가 47전/18/7/2으로 승률 38.3%, 복승률 53.2%, 연승률 57.4%를 올렸다. 뒤를 이어 바짝 2위로 따라붙었었다. 연말에 가서 문세영 기수가 103승을 올리며 최고 기수로 올라설 때 장추열 기수는 64승을 챙기며 이혁 기수의 뒤를 1승으로 밀리며 3위에 올랐다. 지난해도 월등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각광을 받으며 마침내 그 뿌렸던 씨앗이 올해 기승 기회로 돌아왔다.
어떤 기회가 주어질 때를 놓치지 않고 이를 잡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며 선도해 왔다. 경마판도 늘 그랬다. 백원기 시대에서 김명국 시대로 다시 박태종 시대를 이어 새로운 문세영시대가 그러했듯이 한국경마에는 늘 새로운 기수가 탄생하면서 한 시대를 끌어 준다. 2023년 6위였던 장추열 기수가 일약 지난해 3위로 껑충 뛰어오른 데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어떤 기수보다 느긋하게 경주를 풀어가는 여유 있는 말몰이가 그의 강점으로 작용 돼 막판 빼어난 역습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팬들을 환호케 한다.
불과 4주 경주가 끝났으나 우승 10개를 올리며 1위에 오른 장추열 기수의 뒤를 마이아 기수가 8승으로 따라 붙었고, 문세영기수가 몇 년 동안 달려 온 1월의 최다승을 7승으로 3위에 그쳤다. 평균 배당과 바닥 배당이 높아지는데 한몫을 하는 것은 문세영 기수의 입상 실패라기보다는 모든 예상가들이 경주마의 전력이 엇비슷한 경주에 문세영 기수를 우선 올려놓는 것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어느 경마장이건 모든 예상가들은 엇비슷한 전력의 경주마들 경주에서 리딩 자키에게 입상 가능 점수를 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를 경계하지 못하면 평균 배당은 높아질 수밖에 없겠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장추열 기수가 이기세로 좋은 경주마와의 호흡을 이어준다면 연말에 최강 기수의 자리싸움에 결코 물러 설 수 없는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조용히 가늠해 본다. 지난 토요일 느긋했던 말몰이의 강점에 더해 선두력을 발휘하는데도 예전보다 월등한 기승술도 보여줘 더 큰 기대를 걸어 본다. 모든 기수의 건투를 바란다.